서태연의 죽음?
진호영은 무의식적으로 낯빛이 어두워진 진영철을 바라보았다.
진씨 가문에서 그 이름은 금기어와 같았고, 지난 세월 동안 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았기에 그는 그 여자가 존재했다는 걸, 자신의 아버지를 꼬시고 엄마까지 죽게 만들었다는 걸 까먹었다.
더 중요한 건 서태연이 빌어먹을 진영재를 낳았다는 것이었다.
그가 따져묻자 진영철은 표정변화 없이 말했다.
"네 엄마가 어떻게 죽었는지, 똑똑히 보지 않았어?"
교통사고로 차가 폭발했었다.
진영재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진호영이 그때 도발했던 말을 잊지 못했다.
게다가 진영철이 통제욕이 강했기에, 그는 진영철이 사정을 모른다는 걸 믿지 않았다.
진영재가 그동안 몰래 서태연의 죽음을 조사하고 있었는데, 매번 아주 적절하게 흔적을 없애버렸고, 아무도 모르게 증거를 지워버렸는데, 이 일은 진영철 말고 아무도 할 수 없었다.
진호영은 그렇게 똑똑하지 않았다.
진영재는 화가 치밀어 올라 눈썹을 치켜세우고 웃더니 싸늘하게 물었다.
"할아버지, 전 진실만을 원해요."
그러더니 성문걸한테 눈빛을 보내자 성문걸은 바로 진호영한테 주먹을 날렸다.
이윽고 마당에서 비참한 소리가 들려왔고 진영철은 마음이 덜컹 내려앉았다.
"뭐 하는 거야!"
진영철은 분노에 차서 지팡이로 바닥을 세게 내리쳤다.
"때려서 강제로 말하게 할 거냐!"
진영재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제가 감히 못 그러죠."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성문걸이 또 진호영을 세게 내리쳤고 그가 눈에서 뒹굴게 했다.
"그만해!"
진영철은 손자가 안쓰러웠기에 앞으로 걸어가다가 다시 멈춰 섰다.
"그만 때려!"
진영재는 눈썹을 치켜세웠고 조금은 구분 진영철의 뒷모습을 묵직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지금껏 그는 진호영한테 심한 말을 한 적이 없었다. 그가 약쟁이가 되었고 황당한 일들을 많이 한 것도 알았지만, 갖은 수단을 써써 그를 보호하려고 했고 심지어는 빌어먹을 진호영 때문에 먼저 고개를 숙이고 사정했다.
진씨 가문 사람들은 차갑고 인정이 없다고들 하지만, 진영철은 진호영한테 항상 마음이 약했고 그를 보물처럼 아껴주었다.
진영재는 미세하게 미간을 찌푸렸고 이루 말할 수 없는 씁쓸함이 차올랐고 우스워 났다.
만약에.
그는 고개를 들고 흩날리는 눈을 바라보았다. 만약 서태연이 아직 살아있었으면, 누군가 그를 이렇게 괴롭히는 걸 봤으면 분명 최선을 다해 편을 들어줬을 것이었다.
애석하게도...
진영재는 고개를 떨구고는 속상한 마음을 모두 감추고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싸늘하게 바닥에서 사정하고 있는 진호영을 바라보았고 더는 좋게 말하지 않았다.
"대답해!"
그는 단지 그 한 가지만 궁금했다.
"이제 호영이 풀어줘도 되지?"
그러나...
진영재는 팔짱을 끼고 헛웃음을 쳤다.
"성 형사님, 이제 데리고 가시지."
성문걸은 마약 단속 경찰이었다. 오늘 제보를 받고 출동해서 진호영 일당을 체포해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말을 듣자 진영철의 얼굴은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려버렸고 반쯤 정신이 나간 진호영도 마찬가지로 완전히 멍해졌다.
진영철은 손을 뻗어 진영재의 팔을 세게 붙잡으며 외쳤다.
"감히 날 속였어?"
"할아버지, 잊으셨어요?"
진영재는 아주 담담하게 진영철의 손을 거두며 비꼬듯 입꼬리를 올렸다.
"우린 상인이에요, 상인은 모든 수단을 써야죠, 이렇게 약속 안 지키는 것도 모두 할아버지한테서 배운 거예요. 게다가..."
그가 피식 웃었다.
"할아버지가 절 싸구려라고, 빌어먹을 사생아라고 했잖아요, 절 믿는 게 너무 멍청한 거 아닌가요?"
"진영재, 너!"
진영재는 걸음을 멈췄다.
"할아버지, 제가 길을 알려줄게요, 진씨 가문을 사지로 몰고 싶지 않으면 진호영을 호적에서 파버리세요. 선을 잘 그어야 명철보신할 수 있어요. 할아버지가 이런 일 잘하시니까 어떻게 해야 할지 제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잘 알 겁니다."
말을 마친 그는 떠났고 진영철만 눈발이 휘날리는 찬바람 속에 홀로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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