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하촌의 사람들은 대대로 고기잡이를 했다. 이 좁고 길게 뻗은 나무다리는 유일하게 부두로 이어지는 길이었고, 다리 양옆에는 빈 어선들이 빽빽하게 정박해 있었다. 멀리 은빛 물결이 반짝이는 수면 위로, 누군가 배를 저으며 그물을 걷어 올리는 모습이 어렴풋이 보였다.
고요한 부두.
진영재는 갑자기 뒤에서 들려오는 비명소리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는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무심코 시선을 두었는데, 눈이 마주친 순간 그는 멈칫했다.
부두로 가는 유일한 다리에서, 그는 놀란 강유나와 정확히 눈을 마주쳤다.
진영재는 표정이 굳어졌다.
정확히 계산해 보면 두 사람이 헤어진 지 한 달이 넘었다.
그 순간, 두 사람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기에, 진영재는 강유나가 기겁하는 걸 보았다. 그를 진심으로 거부하고 싫어하는 모습에 그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네가 왜 갑자기 여기서 나와?"
진영재는 표정이 싸늘했고 길고 암울했던 눈빛에 날카로운 의심을 띠며 물었다.
"강유나, 나 미행한 거야?"
강유나는 눈앞의 인물을 확인한 순간, 숨이 멎는 것 같았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선수를 뺏기고 그의 날 선 말투에 말문이 막혔기에 회색빛을 띠던 그녀의 얼굴이 금세 붉게 물들어졌다.
열이 받은 거였다.
"무슨 헛소리하는 거야?"
강유나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내가 물어야 할 말 아니야?"
강유나가 진영재한테 되갚아 줬지만 진영재는 여전히 무표정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그녀는 순간 움찔했고 자신이 숨기고 있는 비밀이 떠올랐다. 오현우도 속일 수 없었는데 진영재의 능력으로는 더 숨길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강유나는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고 진영재가 여기까지 온 게 아이를 지우러 온 걸까 봐 겁이 났다.
그가 이 아이를 지우라고 했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를 속였다!
강유나는 진영재의 고향이 어딘지 몰랐다. 오현우도 말한 적 없었고 그녀도 궁금했던 적이 없어서 묻지 않았다.
눈이 마주쳤고, 강유나는 도저히 진영재가 여기 나타난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녀는 겁에 질렸고 혼자 피해망상을 하면서 긴장 해하며 진영재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그를 완전히 재수탱이로 보았고, 헤어진 후에 다시 만난 차분함이라고는 없었고 그저 진영재가 자신을 놔주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그녀는 비틀거리며 뒷걸음쳤고 진영재가 뭘 하려는 지도 보지 않고는 다급하게 오던 길로 도망가려고 했다.
그녀는 도망갈 생각뿐이었다!
그 모습에 진영재는 눈살을 찌푸렸다.
강유나는 그와 이렇게 가까이 있는 게 싫어서 손으로 그의 어깨를 밀며 말했다.
"나 내려놔!"
"참나, 내가 좋아서 도와주는 줄 알아?"
진영재가 비웃듯 입꼬리르 올리며 쏘아붙였지만 그래도 그녀를 품에 안고 마을로 걸어갔다. 가는 내내 그녀한테 눈길도 주지 않고는 냉담하게 말했다.
"왜 그렇게 허겁지겁 도망가? 귀신이라도 봤어? 여기가 어떤 곳인지 몰라? 물에 빠져서 죽을 뻔한 거 생각도 안 해?"
그러면서 무심코 굳어 있는 강유나의 얼굴을 내려다보고는 콧방귀를 뀌었다.
"사기 칠 생각이면 머리라도 좀 쓰지 그래?"
오랜만에 듣는 까칠한 말투였다.
강유나는 그의 말에 화가 나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하지만 그녀는 진영재와 예전과 달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에는 진영재가 그녀와 이렇게 쓸데없는 말을 많이 하지 않았었다.
그녀는 멍해졌고 갑자기 김수 그룹과의 협력 서류에 진우 그룹의 이름이 적혀있었던 게 생각났다.
설마, 진영재가 여기 나타난 게 나 때문이 아니라 할아버지한테 쫓겨나서 그런 건가?
강유나는 생각에 잠기더니 자기도 모르게 진영재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는 그녀를 힐끗 보더니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비웃었다.
"더 볼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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