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경준은 강하나의 망설임을 눈치챈 듯 눈빛이 살짝 변하더니 말투에도 미묘한 변화가 스며들었다.
“감독님이 고개만 끄덕여 주시면 영화가 개봉할 때 최고의 상영 시간대와 가장 많은 회차를 보장해 드리죠. 수익 배분도 다시 논의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거절하시면 어쩔 수 없죠. 다른 사람을 찾아야 하니까요. 그렇게 되면 좋은 시간대는 전부 다른 영화에 넘어가 버릴 텐데, 너무 아깝지 않겠어요?”
이건 명백한 협박이었다. 그녀가 협조하지 않으면 영화가 개봉하더라도 좋은 상영 회차를 따내기가 어려울 터였다.
진경준이 운영하는 영화관 수가 워낙 많았다. 극장계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었으니 그를 적으로 돌릴 수는 없었다.
속으로 깊이 한숨을 내쉰 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좋아요. 중요한 역할을 맡기겠습니다.”
“역시 시원시원하시네요.”
진경준이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지연아, 얼른 감독님께 감사 인사드려야지.”
그러자 주지연이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감독님.”
그녀가 시선을 들었을 때 강하나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은근한 동경이 서려 있었다.
일이 마무리되자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가벼워졌다.
몇 잔 더 주거니 받거니 하다가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나 업무를 핑계로 인사하고 방을 빠져나갔다.
강하나는 주지연의 배역 문제를 정리해 이정인과 장연우에게 보냈다.
“정인아, 주지연 씨한테 어울리는 역할이 있는지 한번 봐줘. 적당한 배역이 있으면 연우 씨한테 알려줘서 대사를 다섯 줄 정도 추가하고 장면도 두 컷 정도 늘려달라고 해.”
갑자기 끼어든 배역이었기에 이 정도의 분량을 추가하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 바닥에서 버티려면 인간관계를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메시지를 보낸 후 강하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영화는 해외에서 촬영하는 게 낫겠다고 다시 한번 결심했다.
물론 해외라고 해서 이런 일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그곳에서는 작가가 신이고 감독이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니 말이다.
“음...”
그때 옆에서 낮게 새어 나오는 신음이 들렸다. 돌아보니 단정우가 멍한 얼굴로 의자에 기대어 있었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걸 보니 꽤 취한 모양이었다.
강하나는 얼른 휴대폰을 내려놓고 의자를 가져와 그의 쪽으로 다가갔다.
강하나는 입을 가리고 웃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보다 더 심하잖아.”
단정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하나 씨보다 더 심하다고요?”
“네.”
강하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잘생긴 사람 보는 거 좋아하긴 하는데, 그렇게 대놓고 쳐다보진 않거든요. 나름 조용히 즐기는 편이에요.”
“정말요?”
단정우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근데 난 하나 씨가 날 볼 때마다 뚫어지게 쳐다보는 걸 자주 느끼는데요.”
“그럴 리가요...”
강하나는 반사적으로 부정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녀는 정말 그를 자주 쳐다보고 있었던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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