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왜 그래? 추워?”
강하나의 미세한 반응도 박지헌은 귀신같이 알아챘다.
그는 자신의 이마를 그녀의 이마 가까이에 가져가며 열을 한번 재보았다.
“열나는 것 같은데? 자기 아무래도 감기에 걸린 것 같아.”
‘감기?’
강하나는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운 게 그저 생각을 너무 많이 해서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열이 난다는 소리를 들으니 그제야 아까 갑판에서 꽤 오랜 시간 서 있으며 찬바람을 맞았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박지헌은 강하나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얼른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
“지금 당장 지난번에 우리 집으로 왔던 의사들을 다시 불러와. 하나가 감기에 걸렸어.”
그러고는 전화를 끊은 후 바로 강하나를 공주님 안기하며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뽀뽀했다.
“일단은 침대로 가 쉬는 게 좋겠어. 식사는 방으로 가져다 달라고 할게.”
침실로 가 그녀를 내려놓은 순간 박지헌의 휴대폰이 또다시 울렸다.
박지헌은 발신자를 힐끔 보더니 이내 강하나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 통화 좀 하고 올게.”
통화 좀 하고 오겠다던 박지헌은 그 뒤로 몇 분이나 지났는데도 통 돌아올 기미가 없어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그 대신 그녀의 침실로 들어온 건 식사를 들고 온 도우미였다.
“대표님께서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고 저한테 사모님 식사를 맡기고 가셨어요.”
“탁자 위에 두시면 돼요. 이따 먹을게요.”
“네, 사모님.”
도우미가 나가고 얼마 안 가 박지헌으로부터 메시지 한 통이 도착했다.
[자기야,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이 생겨서 나왔어. 참, 오기로 했던 의사들이 갑자기 급한 수술이 잡혔다고 내일 아침에 온다고 하니까 일단 아주머니가 준비한 약부터 먹어. 꼭 먹어야 해!]
박지헌은 늘 이렇게 옆에 없어도 마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했다.
잠시 후 식사를 거의 마칠 때쯤 도우미가 약을 가지고 다시 올라왔다.
“사모님, 약 드세요.”
“거기 놓으시면 돼요.”
“대표님께서 사모님이 약 드시는 모습까지 꼭 보고 내려가라고 했어요.”
도우미의 말에 강하나가 실소를 터트렸다.
“사모님은 정말 복 받으신 거나 다름없는 거예요. 이렇게도 다정하고 섬세한 남편을 만났잖아요.”
도우미가 부러워하며 말했다.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비난 도우미뿐이 아니었다. 그녀를 알고 있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나 모두 그녀에게 한결같이 복 받은 거라고 얘기했다.
그녀와 박지헌이 실상이 어떤지는 아무도 몰랐다.
강하나는 약을 다 먹고 도우미까지 보낸 후 천천히 침대 위에 누웠다.
그렇게 막 잠이 들려는데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서다은이었다.
[감기에 걸렸다면서요? 몸은 좀 어때요? 참, 혹시 몰라 얘기해주자면 지헌 씨가 부른 의사들은 지금 여기 와 있어요.]
메시지 다음으로 서다은은 영상까지 보내왔다.
영상을 클릭해보니 가장 먼저 지난번에 봤던 의사들의 모습이 보였고 곧바로 침대에 앉아 서다은을 품에 꼭 끌어안은 채 꿀이 뚝뚝 떨어지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박지헌의 모습이 보였다.
강하나에게 보여줬던 애정에 전혀 뒤지지 않는 눈빛이었다.
강하나는 영상 속 두 사람을 보며 심장이 갈가리 찢기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제대로 숨을 쉴 수도 없었다.
‘급한 수술이 잡혀 내일 온다더니 그 환자가 서다은이었어? 박지헌, 왜 나한테 거짓말해? 왜?’
강하나는 거짓말을 극도로 혐오하는 사람이었다. 부모님의 혼인이 산산조각이 난 이유가 바로 거짓말 때문이었으니까.
다만 그들의 현 상황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그건 바로 그녀의 부모님 중에서 먼저 거짓말하고 배신한 쪽은 아버지가 아니라 그녀의 어머니라는 것이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의 아버지 몰래 밖에서 비밀 애인을 만들어 허구한 날 애인과 즐겁게 데이트를 하고서는 집으로 돌아오면 그런 낌새를 눈치채지 못하게 늘 한결같이 남편을 사랑하는 착하고 다정한 아내를 연기했다.
그래서 강하나도 한때는 자신의 부모님은 아무런 문제도 없는 줄 알았다.
그는 전화를 끊은 후 휴대폰을 쥔 손도 합세해 강하나의 허리를 더 꽉 끌어안으며 그녀의 목에 자잘한 키스를 남겼다.
“물기 닦아야 하니까 비켜.”
강하나가 본능적으로 몸을 옆으로 빼자 박지헌이 알겠다며 금방 손을 풀었다.
“어제 많이 피곤했나 보네?”
강하나가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앉은 박지헌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응, 엄청 피곤했어. 회사에 일을 제대로 하는 사람이 없어 아주.”
박지헌은 말을 마친 후 걱정돼 죽겠다는 얼굴로 강하나를 바라보았다.
“어제는 곁에 있어 주지 못해서 미안해. 많이 아팠어?”
“고작 감기일 뿐이야. 안 죽어. 걱정하지...”
강하나가 대수롭지 않은 얼굴로 말을 하려는데 박지헌이 갑자기 그녀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
“죽는다니, 왜 그런 말을 해! 자기 없으면 나도 죽는 거 몰라?”
그의 표정에는 정말 일말의 거짓도 섞여 있지 않았다. 그래서 더 짜증이 났다.
그때 밖에서 갑자기 사람들의 시끄러운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부터 대체 누가 이렇게 시끄럽게 구는 거야?”
박지헌이 미간을 찌푸리며 아래로 내려갔다.
마찬가지로 소리의 근원지가 궁금했던 강하나는 화장실에서 나와 침실 창문 쪽으로 향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별장 입구에 서 있는 열댓 명의 의사들과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는 기자들이 보였다.
그 광경을 몇 초간 구경하던 강하나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커튼을 닫았다.
몇 분 후, 박지헌이 의사들을 데리고 위층 침실로 올라왔다.
“자기야, 의사들 왔어.”
박지헌은 강하나를 다시 침대 위에 눕히며 다정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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