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나는 이에 별다른 답장 없이 휴대폰을 멀리 치워버리고 눈을 감았다.
심장이 한번 또 한 번 난도질 당하는 이 기분은 어릴 적 어머니가 집에서 쫓겨났을 때 느꼈던 이후로 처음이었다.
하지만 이미 한번 겪어봤기에 그녀는 알고 있다.
이런 감정은 적어서 1년, 그리고 많게는 5년 정도 시간의 흐름에 맡기면 금방 치유된다는 것을 말이다.
원래 인생이란 파도와 굴곡의 연속이기에 이러한 상처쯤은 아무렇지도 않다.
“감독님! 감독님!”
강하나는 깜짝 잠이 들었다가 다급한 이정인의 부름에 얼른 눈을 떴다.
다급하게 부르길래 탑승 시간이 다 돼서 그런 것인 줄 알았는데 이정인은 대뜸 그녀에게 휴대폰을 건넸다.
‘뭐지?’
강하나는 그에게서 휴대폰을 건네받고 화면을 쳐다보았다.
“긴급 속보입니다. 이정 그룹의 박지헌 대표가 조금 전 교통사고로 병원에 이송되었습니다. 병원으로 이송되는 중에는 끊임없이 아내의 이름을 불렀다고 합니다. 현재...”
‘교통사고?!’
강하나는 아까 박지헌이 공항으로 오겠다고 했던 말을 떠올리고 서둘러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연결은 빠르게 되었지만 전화를 받은 건 박지헌이 아닌 서다은이었다.
“이제 연락하시면 어떡해요?!”
강하나는 박지헌의 휴대폰을 왜 서다은이 가지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기에 서둘러 그녀에게 물었다.
“지헌 씨는 지금 어떤 상황이에요?”
“사모님이 직접 와서 확인하시면 되잖아요. 뭘 물...”
강하나는 제대로 대화할 생각이 없는 서다은과 계속해서 말해봤자 시간 낭비라고 생각해 전화를 끊어버리고 이번에는 손민재에게 연락했다.
“사모님?”
“지헌 씨는 좀 어때요?”
“그게... 상황이 많이 안 좋아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안 좋은 건데요?!”
“아직 수술 중이라 뭐라 정확하게 답변을 못 드리겠어요. 사모님, 병원으로 와주시면 안 돼요? 대표님은 사모님 찾으러 가는 길에 사고가 났어요. 그리고 의식을 잃기 전까지 내내 사모님 이름만 불렀고요.”
강하나는 그 말에 심장이 철렁하며 깊은 죄책감이 들었다.
그녀는 박지헌이 어떤 사람인 줄 뻔히 알면서 일부러 그를 자극하기 위해 공항에 있다는 말도 하고 떠난다는 말도 한 자신이 몹시도 후회스러웠다.
‘만약 박지헌이 잘못되기라고 하면...!’
“정인아.”
강하나는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래도 지금 당장 병원으로 가봐야겠어. 항공권은 네가 취소해줘.”
그 말에 이정인이 쓰게 웃었다.
“알겠어요. 비행기가 오늘만 뜨는 건 아니니까요. 병원까지 데려다줄게요.”
“고마워.”
강하나는 지금 이정인의 마음을 헤아릴 여력 같은 건 없었다.
그녀는 이정인과 함께 공항에서 나온 후 얼른 차에 올라탔다. 그러고는 가는 길 3번이나 손민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들려오는 대답은 죄다 아직 수술 중이라는 답변뿐이었다.
강하나는 많이 불안했던 건지 손톱을 물어뜯었다.
잠시 후, 차량이 병원 앞에 멈춰서자 그녀는 거의 날아가다시피 입구를 향해 달렸다.
하지만 로비로 막 들어가려는 그때, 누군가가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
“잠깐만요,”
흰색 레이스 원피스를 입은 서다은이 그녀를 제지했다.
강하나는 그녀가 입고 있는 옷이 며칠 전 그녀가 예약했던 신상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대체 서다은이 왜 이 옷을 입고 있는지 아주 잠깐 궁금했지만 강하나는 괜한 소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아 최대한 차분한 말투로 그녀를 향해 말했다.
“비켜요.”
그러자 서다은이 태연하게 팔짱을 끼며 웃었다.
“남편 보러 가시게요? 서두를 필요 없어요. 지헌 씨는 그저 찰과상만 입은 것뿐이니까.”
그 말에 강하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지금 그게 무슨 헛소리죠?”
분명히 손민재가 아주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믿지 않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박지헌이 무척이나 낯설게 느껴졌다.
“날 속였어.”
박지헌은 그녀의 말에 잠깐 멈칫하더니 금방 다시 입꼬리를 위로 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자기도 우리가 그렇게 아꼈던 나무를 뽑아버리고 우리 웨딩 사진을 엉망으로 만들었잖아. 그러니까 이번은 퉁 치자.”
‘퉁 치자고? 어떻게? 나는 3년간 내 모든 걸 다 너한테 줬는데 너는 나한테 배신감만 안겨줬잖아. 그런데 뭘 퉁 쳐? 어떻게 퉁 쳐?’
“손 비서님.”
강하나는 박지헌과는 달리 할 말이 없다는 듯 고개를 돌려 손민재를 바라보았다.
“3년 전에 손 비서님이 비서직 면접을 봤을 때 지헌 씨가 손 비서님은 경력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한 걸 분명히 잘할 거라고 믿고 한번 맡겨보라고 했던 사람이 바로 나예요. 그리고 인턴 기간에 2번이나 큰 실수를 한 걸 무사히 넘어갈 수 있게 해결해주고 다시 한번 손 비서님한테 기회를 달라고 했던 것도 나고요. 그런데 그에 대한 보답이... 겨우 이거예요?”
박지헌과 서다은이 눈이 맞았다는 걸 이제껏 모른 척하고 그녀에게 아무 얘기도 하지 않은 건 이제 와서 따지고 싶지 않았다.
그 역시 난처했을 테니까.
그런데 박지헌과 서다은이 짠 쇼에 함께 참여해서는 안 됐다.
대단한 보답은 원하지 않지만 적어도 그녀의 등에 이런 식으로 칼은 꽂지는 말았어야 했다.
손민재는 그녀의 말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저, 저는... 죄송합니다...”
“하나야.”
그때 박지헌이 끼어들며 아직도 분위기 파악을 못 하고 그녀의 이마를 톡 두드렸다.
“손 비서한테 뭐라고 하지 마. 내가 연기해달라고 해서 어쩔 수 없이 한 거야.”
강하나는 싸늘하게 식은 눈동자로 박지헌을 가만히 바라보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휴대폰은 어디 있어?”
“휴대폰?”
박지헌은 그 말에 옷 주머니를 뒤지다가 시선을 돌려 병상 위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휴대폰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 병실 문이 다시금 열리더니 아까 로비에서 봤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 서다은이 안으로 들어왔다.
“대표님, 휴대폰 저한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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