ตอนที่ 16
제16장
October 31, 2026
박시훈이 감정을 삼키듯 주먹을 꽉 쥐었다.
그의 손이 덜덜 떨렸고 눈동자엔 후회와 고통이 가득했다. 그녀를 붙잡는 목소리가 형편없이 갈라져 나왔다.
서윤아가 박시훈 앞에 있는 테이블에 상자를 올려놓고 천천히 열었다. 그 안에는 과거 박시훈이 그녀에게 선물한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박시훈은 그 물건들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너… 이걸 아직도 갖고 있었어?”
서윤아는 고개를 숙여 편지 한 장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마치 회상하듯 그 안의 내용을 바라보았다.
글을 읽는 그녀의 표정은 담담했다. 박시훈은 이때 그녀에게서 예전의 그 도도하고 멀게만 느껴졌던 20살의 서윤아가 보였다.
“예전에 내가 물어봤을 때, 오빠가 그랬지.”
‘첫눈에 반하지 않으면 그건 인연이 아닌 거야.’
“그때 묻고 싶은 게 하나 더 있었어. 그 말대로면, 전에 만났던 여자들은 결국 첫눈에 반한 게 아니어서 헤어진 거야?”
그렇게 말하며 서윤아가 고개를 들어 박시훈을 바라봤다.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서윤아는 평소 다정하던 눈동자에 두려움이 스쳐 지나가는 걸 봤다. 그 불안감은 순식간에 다시 깊숙이 숨어들었다.
“그랬지. 하지만 넌 달랐어. 너만은 특별했어.”
특별?
서윤아가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사이엔 침묵이 내려앉았고, 그 침묵은 칼날이 되어 박시훈을 옥죄어 오며 언제든 그를 산산조각 낼 것처럼 위태로웠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박시훈을 그 어느 때보다도 무력하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면 박시훈의 말도 맞았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첫인상은 꽤 중요했고, 서로를 끌어당기는 힘도 보이진 않지만 있을 것도 같았다.
박시훈은 아마도 그와 서윤아 사이에 그런 힘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서윤아 특유의 서늘함과 도도함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있었고, 쉽게 속내를 보이지 않는 그녀는 그를 안달 나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박시훈은 이제 서윤아의 모든 걸 알고 있고,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조급함은 사라졌다.
그래서 결국 이렇게 된 게 아닐까.
다른 여자를 만나고, 그럼에도 잘못했다며 자신을 붙잡고.
창밖에서 들어오는 햇빛이 서윤아가 서 있는 자리에 쏟아져 내렸다. 따스한 빛이 그녀를 감쌌다.
그러나 서윤아의 서늘한 분위기 때문인지 그녀는 햇빛이 아닌 달빛을 맞고 서 있는 것처럼 고아했다. 그리고 그 순간 박시훈은 그녀가 더 멀게 느껴졌다.
서윤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인연이라는 게 첫눈에 반해야만 하는 건 아니더라. 진짜 인연은 끝까지 함께하는 사람이 인연인 거지.”
두 사람처럼, 첫눈에 반해 함께 했지만, 결국엔 멀어지고 말았다.
첫눈에 반한 사랑은 인연이다. 하지만 인연이라면 절대 놓쳐선 안 됐다. 그 인연을 잃고, 놓쳐버린다면 평생 후회로 남을 수밖에 없다.
8년이란 시간이 알려줬다. 박시훈은 평생 그녀 곁을 지켜줄 남자가 아니다.
8년이란 시간도, 8년을 쏟아부은 사랑도 부질없이 흩어졌다.
그녀의 유일한 위안은 그 시간 동안 배운 게 있다는 거다.
사실 처음엔 그녀는 자신이 다시는 사람을, 그리고 사랑을 믿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고수혁을 만나고 조금씩 깨달았다.
날 아껴주고 변함없이 사랑해 주는 사람을 소중히 여겨야 한다는 걸.
아직 고수혁을 향한 마음이 사랑이라고 할 순 없었다. 하지만 언젠가, 평범한 하루하루 속에서 만나다가 결혼을 하고, 또 그렇게 평범한 일상을 함께 지내다 보면, 그걸로 충분했다.
그리고 그제야 서윤아는 박시훈이 준 편지 속에서 풀리지 않는 답답함에 대한 답을 찾았다.
사랑을 표현하는 걸 아끼지 말자. 절대 이 세상의 그 누구에게도, 그 어떤 일에도 희망을 버리지 말자.
세상은 아직 그녀에게 따듯했고, 사람은 사람으로 치유할 수 있었다.
그러니 아픈 과거 때문에 지금 자신을 사랑해 주고, 진심으로 위해주는 사람을 거절하지 말자.
“시훈 오빠. 만약 오빠가 내 청혼을 받아들였다면, 어쩌면 우린 서로에게 꼭 맞는 인연이 됐을 수도 있었겠지. 하지만 오빠는 그 기회를 저버렸고, 그래서 날 잃어버린 거야.”
박시훈은 서윤아가 더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했다. 그리고 자신의 뜨거웠던 감정마저 속였다.
8년이란 시간은 마음이 식기 충분한 시강이었다. 박시훈은 확실히 서윤아가 곁에 있을 때 귀찮다고 느꼈다.
질렸다. 그래, 질린 거다.
그런데도 박시훈은 질린 뒤에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과연 자신이 서윤아를 떠날 수 있을까?
아니었다. 그렇게 할 수 없어서 제 친구들에게도 속내를 털어놓지 못한 거다.
박시훈이 울컥 새어 나오는 감정을 억눌렀다. 눈가에 고인 눈물을 애써 참아내며 덜덜 떨리는 손을 꽉 말아 쥐었다. 그럼에도 숨기지 못한 울먹임이 그의 말에 묻어 나왔다.
“정말… 한 번이라도 기회를 주면 안 될까? 윤아야…”
나지막한 목소리가 절박하게 울렸고 햇빛이 창문을 넘어 그의 얼굴을 비췄다.
그럼에도 서윤아는 마음을 굳힌 듯 단호했다.
“그 기회는 이제 수혁 선배한테 줘야지. 8년이란 시간을 줬잖아. 내 첫 연애였고, 첫사랑이었어. 그전까진 사랑 같은 거 믿지 않았어. 내가 평생 사랑할 만한 사람이 있다고도 생각 못 했고.
그런데 오빠가 내 세상에 나타났어. 날 데리고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내가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게 해줬어.
나도 오빠가 내 마지막 사랑이길 바랐어. 내 평생의 행복을, 내 인생 전부를 줘야 한다면, 그건 오빠이길 바랐어. 오빠가 나를 한 번, 두 번, 그리고 그 이상으로 외면할 때마다, 난 내 감정을 죽이고 오빠를 용서했어.”
서윤아는상자에서낡은봉투하나를집어박시훈이처음으로그녀에게썼던
너를만나기난한번도첫눈에반한다는걸믿지
학교에서내소문이어떤지하지만널위해서라면다른관계는전부정리할수넌내게유일한
수학문제에명확한답이있는내가쓰는모든말의답은결국
이렇게끓어오르는감정은처음이라어떻게표현해야할지
하지만이거하나는분명히말할수
서윤아는그편지를처음받았을때느꼈던감정을잊지꾹꾹눌러쓴그글들사이에서그녀는그의진심을느낄수
서윤아는편지를다시상자속에그리고상자를조용히덮으며
처음만났을내가언젠가이런선물들은그저오빠가날사랑했던흔적으로만남을그게현실이
박시훈은말없이상자에손을얹고고개를
더는할할수있는말도
서윤아가길게숨을내쉬고진지한얼굴로
우리
박시훈은심장이죄여오는것서윤아와함께했던추억들이자꾸만머릿속을하지만결국떨리는입술로힘겹게입을
박시훈이마침내이별을서윤아의냉랭했던얼굴이그제야조금
그렇게말한서윤아는그대로몸을돌려자리를박시훈은점점멀어지는서윤아의뒷모습을하염없이
눈이가슴이타들어가는것
그는그자리에앉아상자안에놓인추억들을오랫동안가만히
서윤아는택시를잡아타고병원으로가고있는길에수혁에게서전화가
서윤아는한결가벼워진목소리로
완전히이제더는연락할일없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