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면 됐어. 슬기야, 돌아가서 아침 자습해.”
방우혁은 유슬기에게 조용히 말했다.
유슬기는 고개를 끄덕이고 교실로 돌아갔다.
방우혁이 돌아서서 계단을 올라가자 구경하러 따라 내려왔던 학생들도 우르르 흩어졌다.
강아림은 방우혁의 뒷모습을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태어나서 이렇게까지 모욕당한 건 처음이었다. 그것도 사람들이 잔뜩 지켜보는 앞에서 머리채를 붙잡혀 강제로 끌려다니다니 정말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진 셈이었다.
‘칼만 있었으면 지금 당장 저놈 가슴에 꽂았을 텐데...’
그녀의 눈빛은 이미 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이대로 끝날 거라 생각하지 마. 방우혁... 반드시 갚아줄 거야.”
강아림은 이를 악물고 교실로 올라갔다.
...
방우혁이 교실로 들어섰을 때 담임인 황해수가 이미 도착해 있었다.
교탁 근처엔 강아림의 친구들이 모여 앉아 방우혁을 향한 고발을 퍼붓고 있었다.
“야, 우혁아. 이번엔 진짜 좀 위험한 거 같아.”
방우혁의 친구인 유지석이 허겁지겁 다가오며 말했다.
“뭐가 위험한데?”
방우혁이 느긋하게 되물었다.
“강아림이 여학생들 사이에선 인기가 꽤 많아. 게다가 남학생 중에서도 하동민 패거리 애들이 아직 복수 노리고 있는 애들 많잖아? 지금 걔네랑 강아림 라인이 연합해서 너를 찍어 누르려는 분위기야!”
유지석은 속삭이듯 다급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구경 잘하라고.”
방우혁은 유지석의 어깨를 툭 치고는 교탁 쪽으로 걸어갔다.
“방우혁, 잠깐 앞으로 나와.”
황해수가 단호한 목소리로 부르자 방우혁은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강아림은 어딨어?”
황해수가 물었다.
“모르겠는데요.”
방우혁이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딱 그 순간 강아림이 교실 앞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림아, 괜찮아?”
주변 친구들이 얼른 달려가 그녀를 둘러쌌다.
강아림은 아직도 화끈거리는 뺨을 감싸 쥐고 원한 가득한 눈빛으로 방우혁을 노려보며 황해수 앞에 섰다.
“아림아, 방우혁이 진짜 너한테 손을 댔다고?”
황해수가 묵직한 목소리로 물었다.
강아림은 눈가에 눈물이 맺히며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
“네... 저한테 진짜 세게 뺨을 때렸어요. 아직도 아파요... 그리고 머리채를 잡고 끌고 내려가서 억지로 누군가한테 사과하게 했어요.”
“사과?”
황해수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자꾸 제가 고1 여학생을 때렸다고 우기는데... 전혀 그런 일이 없어요. 같이 있던 애들도 다 증인이고요. 저 망신 주려고 일부러 그런 짓 한 거예요.”
“그래? 그럼 떼보지 뭐. 지금 내 얼굴 얼마나 부었는지 보여주지.”
강아림은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원래는 이 꼴을 보이기 싫었지만 방우혁을 고발하기 위해서라면 망신쯤이야 감수할 수 있었다.
그녀가 천천히 손을 치우자 교실에 웅성거림이 번졌다.
“어라?”
“응? 뭐야. 왜 멀쩡해?”
“방금까지 분명히 맞았잖아?”
강아림의 얼굴은 깨끗했다. 붉은 자국 하나 없이 화장까지 멀쩡히 남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 저렇게 아팠던 뺨이... 어째서?’
학생들은 멍한 얼굴로 서로를 바라봤다. 그 바람에 가장 당황한 건 강아림 본인이었다.
그녀는 급히 핸드폰을 꺼내 카메라로 자신의 얼굴을 비춰봤다.
“이럴 리가 없어...”
그녀는 입을 벌린 채 멍하니 중얼거렸다.
“선생님, 지금 상황이면 더 이상 설명할 필요 없겠죠?”
방우혁은 황해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황해수는 인상을 찌푸린 채 아무 말도 못 했고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거짓말을 하는 쪽이 누구인지 판단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확실한 건 강아림의 얼굴에 흔적 하나 없다는 사실이었다.
“저도 왜 이렇게 된 건진 모르겠어요. 하지만 다들 봤잖아요. 분명히 날 때렸단 말이에요. 제발 이번엔 저 자식을 제대로 처벌해 주세요. 안 그러면... 더 심한 짓도 저지를 거라고요!”
강아림은 너무 분하고 억울해서 발을 동동 구르며 아무 말이나 하며 절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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