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해수는 방우혁과 강아림을 번갈아 째려보더니 콧소리를 내며 말했다.
“너희 둘 다... 알아서 처신해.”
말을 끝내자마자 황해수는 씩씩거리며 교실을 나갔다.
그 모습을 본 강아림은 얼굴이 시퍼렇게 질리며 이를 악물었다.
그녀의 뺨은 아직도 화끈거리고 있었고 마음속에선 분노가 끝없이 들끓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방우혁에게 손을 쓸 수가 없었다.
그 순간 방우혁이 주변 학생들을 둘러보며 씩 웃었다.
‘고작 십몇 년밖에 안 산 애들 상대하는 데 머리 쓸 필요도 없지.’
그는 곧장 강아림 앞으로 걸어가면서 말했다.
“이걸로 끝내. 유슬기한테 보복 같은 거 할 생각은 하지 마. 하동민이 어떻게 됐는지 기억나지? 너도 그렇게 되고 싶진 않을 테니까. 안 그래?”
방우혁의 서늘한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강아림은 몸을 움찔하며 하려던 독설을 삼켜버렸다.
그 순간 강아림은 정말 진심으로 소름이 끼쳤다.
방으로 돌아오자마자 한소유가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다가와 작게 물었다.
“방우혁, 너 그거 어떻게 한 거야? 분명히 때렸는데...”
“진짜 알고 싶으면 네 얼굴로 시범 보여줄게. 얼굴 좀 내밀어봐.”
방우혁이 슬쩍 웃으며 말했다.
“흥, 됐거든!”
한소유는 혀를 쏙 내밀고 도로 자리에 앉았다.
사실 특별한 비법은 아니었다. 그냥 어릴 적부터 연마해 온 술법을 살짝 써준 것뿐이다.
...
그날 오후, 수업이 끝난 후 방우혁은 한소유와 함께 학교를 나섰다.
정문을 막 나서려던 순간 길 건너편에서 익숙한 인물이 눈에 들어왔다.
“어? 조수연이잖아?”
한소유의 시선은 도로 건너편에 고정됐다.
그곳엔 활짝 웃고 있는 조수연이 빨간 오픈카에 올라타고 있었다.
운전석엔... 양지욱이었다.
양지욱을 보는 순간 한소유의 얼굴이 굳어졌다.
‘수연이가 왜 저 인간이랑 같이 있어?’
그녀는 분명 여러 번 조수연에게 양지욱이 어떤 인간인지 경고했었다.
한소유가 당황해 있는 사이 차는 이미 떠나가 버렸다.
‘내일 수연한테 꼭 물어봐야겠어.’
...
30분 뒤, 방우혁은 한씨 가문 저택에 도착했다.
거실에 들어서자 한명수가 소파에 앉아 있었고 맞은편엔 금테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앉아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 남자의 뒤에는 하얀 무복을 입은 청년이 조용히 서 있었다.
그 청년을 보자 방우혁의 눈이 잠시 멈췄다.
스물다섯이나 됐을까 싶은 나이에 이미 연기 기간 9단계층이라니... 이건 속세에선 거의 천재 수준이었다.
“방우혁 씨, 오셨군요.”
한명수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갑게 말했다.
그 중년 남자는 방우혁을 궁금한 듯 살펴봤고 그 뒤에 있던 청년은 순간 표정이 굳어졌다.
‘이 자식... 며칠 전 아가씨께서 처리하라던 놈이잖아.’
청년은 즉시 중년 남자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러자 얘기를 들은 중년 남자의 눈빛이 묘하게 바뀌었다.
양소영이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 말을 더 듣고 있지 못하겠다는 듯 한소유가 말했다.
“아빠, 우리 잠깐 올라갔다 올게요.”
“그래. 우혁 씨랑 올라가서 좀 쉬고 있어.”
한명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 저도 이만 가봐야겠네요. 회의가 있어서요.”
양소영이 손목시계를 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고 한명수도 따라 일어나며 말했다.
“양 회장님, 다음엔 식사라도 함께 해요.”
“하하, 뭐 다음 기회에. 그런데...”
양소영이 갑자기 뒤에 서 있던 청년을 돌아보며 말했다.
“얜 우리 집안 후배 중 하나예요. 오늘은 좀 세상 구경시켜 주려고 데리고 나왔죠.”
그리곤 방우혁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두 분 다 젊고 유망하신 분들이니 인사라도 나누세요. 악수라도 한번 하시죠.”
청년은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방우혁 앞에 다가왔다.
손을 내밀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백대진이라고 합니다.”
방우혁도 손을 내밀며 그와 악수했다.
그 순간, 악수하는 손에 꽤 묵직한 힘이 실려 들어왔다.
‘어라? 힘겨루기 하자는 건가?’
방우혁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
“방우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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