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이 싸늘한 정다은은 이성재와 건배할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지만 이성재는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잔을 들고는 정다은이 테이블에 내려놓은 잔과 억지로 건배한 후 한 모금 마셨다.
“아가씨, 술도 마셨겠다. 이제 대화 좀 나눠볼까?”
이성재가 말하며 정다은 옆에 앉으려 했다.
“꺼져.”
정다은이 냉랭하게 말했다.
“이 X발년아. 정말 죽고 싶어 환장했어?”
이성재 뒤에 있던 한 남자가 욕설을 퍼부으며 앞으로 달려들려 했다.
“어이, 왜 그렇게 거칠게 굴어.”
이성재는 손짓으로 제지했다. 그의 얼굴에 있던 미소도 사라졌다.
이 광경을 본 주변 손님들은 고개를 저었다.
또 한 송이 꽃이 이성재에게 짓밟힐 것을 생각하니 정말 안타깝지 않을 수 없었다.
이성재는 강해시 암흑시장에서의 큰손 이진명의 외아들이었다.
이진명은 아들을 지극히 아꼈기 때문에 이성재는 강해시에서 온갖 행패를 다 부렸지만 모두들 그의 체면을 세워줬다. 그렇지 않으면 이진명을 모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스카이 클럽의 단골인 이성재는 이미 수많은 여자들을 망가뜨렸고 이성재의 눈에 들어온 여자는 단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했다.
이성재는 정다은, 그리고 정다은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방우혁과 유지석을 번갈아 보았다.
“너희 둘은 비켜. 아가씨와 단둘이 얘기 좀 하게.”
이성재가 냉랭하게 말했다.
평소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아 주량이 약한 유지석은 아이스티 칵테일 한 잔에도 취기가 올라 얼굴이 뜨거워진 상태였다. 그러더니 갑자기 테이블을 치며 일어섰다.
“당신들이 대체 누구야? 정 선생님도 술 마시기 싫다고 하잖아. 사람을 존중하는 법도 모르고...”
유지석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성재 뒤에 있던 남자가 유지석을 향해 걸어왔다.
“너는 가만히 있어. 술병 하나 가져와라.”
이성재가 뒤에 있던 남자에게 말했다.
그러자 그 남자는 즉시 테이블로 돌아가 반쯤 마신 위스키병을 가져와 이성재에게 건넸다.
“저 학생 끝났네. 감히 이성재에게 대들 생각을 하지? 이건 자살 행위나 다름없는데.”
주변 손님들 모두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봤다.
“왜 말을 못 해? 계속해 봐. 아까도 큰 목소리로 얘기했잖아?”
이성재가 냉소를 지으며 손에 든 술병을 흔들었다.
“나, 나는...”
그제야 정신을 조금 차린 유지석은 이마에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그만해.”
정다은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소리쳤다.
“어? 아가씨, 할 말이라도 있어?”
이성재가 웃으며 물었다.
“그냥 학생일 뿐이잖아요. 왜 이렇게까지...”
정다은이 급히 말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게 바로 이런 버르장머리가 없는 학생들이야.”
한마디 한 이성재는 술병을 들어 유지석의 머리를 향해 내리치려 했다.
정다은은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 비명을 질렀다.
“네 동생이야? 이 유지석이라는 자식이?”
이성재가 미간을 찌푸리며 나성철을 바라보자 나성철이 이마에 땀을 흘리며 말했다.
“이 도련님, 제 사촌 동생입니다. 하지만 불편하게 한 부분이 있다면 얼마든지 혼내주세요. 절대로 편들지 않겠습니다.”
“너희 둘, 당장 이 도련님께 사과해.”
나성철이 유지석에게 고함쳤다.
“사과? 사과만으로 끝날 일이라고 생각해?”
이성재가 냉랭하게 말했다.
“이, 이 도련님. 그럼 어떻게 해야...”
나성철이 허리를 굽힌 채 물었다.
“술병으로 저 자식들의 머리를 깨부숴야 속이 후련할 거 같군.”
이성재가 음흉한 눈빛으로 말했다.
“네, 네. 이 도련님. 원하시는 대로 하십시오.”
한마디 한 나성철은 유지석을 끌어당겼다.
“유지석, 당장 이리 와.”
유지석은 자신의 사촌 형인 나성철이 단 한 마디도 편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이성재 편을 들며 자신을 혼내려 한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유지석이 말을 하려 하자 나성철이 고함쳤다.
“쓸데없는 말 하지 마. 이 도련님께 한 대 맞으면 끝날 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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