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남준이 고개를 들었을 때, 강서윤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그때, 채청아가 입을 열었다.
“남준 오빠, 아까 강서윤 씨 생각했죠?”
채청아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어려 있었다.
허남준은 잠시 멈칫하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채청아의 눈빛에 순간 스치듯 실망감이 드리웠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오빠, 두 사람 이혼했잖아요. 이제 과거는 잊고 앞을 봐야죠. 그녀 옆에 남자가 있는 것도 봤잖아요. 강서윤 씨는 이미 자신의 길을 선택했어요. 그러니 오빠도 이제 마음을 정리해야 돼요.”
채청아는 진심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허남준 역시 마음속으로는 잘 알고 있었다.
“청아야, 오늘 일은 정말 미안해.”
허남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채청아가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오빠,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난 오히려 그 강서윤이 눈이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오빠 같은 좋은 남자를 놓칠 수 있어요?”
채청아가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두 뺨에 보조개가 쏙 들어갔다. 허남준은 잠시 넋을 잃은 듯하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강서윤이 회사로 돌아오자 류민희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전시 보러 간 거 아니었어? 왜 이렇게 일찍 돌아왔어?”
강서윤은 주변을 둘러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말도 마. 좀 일이 있었어.”
강서윤은 허남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류민희는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다.
“설마 남준 씨를 만났어?”
류민희는 더 자세히 말할 수는 없었고 이 정도로만 넌지시 흘릴 수밖에 없었다. 강서윤은 아무 말 없이 침묵했다.
그 시각, 문석진은 저택으로 돌아왔다.
그의 친척들은 이미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석진아, 이제 오냐? 우리 한참 기다렸잖아.”
“그래, 석진아. 전에 집안 친척들 강산 그룹에 취직시켜 준다고 약속했잖아. 약속 잊어버린 건 아니지?”
친척들의 눈은 탐욕으로 번들거렸다.
그런 모습에 문석진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안 도와주는 게 아니라 아직 일주일도 안 됐잖아요. 그렇게 빨리 다 넣어줄 순 없어요. 시간이 좀 필요하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 봐요. 곧 다 자리를 마련해 줄 테니까.”
문석진은 친척들의 성화에 어쩔 줄 몰라 하며 달래듯 말했다.
친척들은 문석진의 말을 듣고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진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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