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석진이 심어둔 의심의 씨앗은 천천히 싹을 틔우고 있었다.
그리고 문석진이라는 ‘밧줄’을 꽉 잡은 강서윤도 그의 의도대로 사고가 난 당시 기억을 되짚어보기 시작했다.
“나는 운전 중이었어. 그러다 사고가 났지.”
문석진은 순간적으로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내가 잘못 들은 건가?’
그는 더 캐묻기 위해 입을 열려 했지만 강서윤이 먼저 말을 이어갔다.
“전화가 온 사람은 허남준 씨였어. 당시 난 그 사람과 통화 중이었고.”
“그런데 통화에 신경을 쓰느라 앞에 있는 차를 보지 못했어.”
강서윤의 말이 끝나자 문석진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허남준 씨?”
“그 사람이 왜 갑자기 너한테 전화를 걸었을까?”
“네가 운전 중이라는 걸 알면서도 굳이 연락해서 집중을 흐트러뜨리다니!”
“이건 누가 봐도 너를 위험에 빠뜨리려는 거야.”
문석진은 일부러 한숨을 쉬며 고개를 저었다.
“이번엔 다행히 큰일이 아니었지만...”
“만약 네 다리가 다시 다쳤다면 난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거야.”
“서윤아, 넌 모를 거야. 네 사고 소식을 듣고 얼마나 가슴이 철렁했는지. 정말 네가 내 곁을 떠나는 줄 알았어.”
그의 말은 한없이 진실되고 다정하게 들렸다.
강서윤은 표정 변화 없이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문석진의 한마디 말이 뇌리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허남준 씨가 그 시간에 왜 나한테 전화를 걸었을까?’
아무런 이유도 없이.
강서윤의 마음속에 작은 의심이 싹텄다.
그 순간, 문석진은 그녀의 감정이 흔들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좋아, 이제 거의 다 왔다.’
강서윤이 확신만 선다면 허남준은 절대 다시 그녀의 곁에 머물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석진아, 내가 오 집사님에게 너를 집까지 데려다주라고 했어.”
“이제 시간도 늦었으니 너도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어.”
강서윤은 담담하게 말했다.
문석진은 순간적으로 머뭇거렸지만 그녀가 단호한 태도를 보이자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병실을 나서며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이제 모든 게 내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어.’
이제 남은 건 허남준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였다.
의심이라는 씨앗을 이미 강서윤에게 심어줬으니 그녀 또한 쉽게 허남준을 믿지 못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다음 날 아침, 허남준은 강서윤이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다.
“사부님, 빨리 오세요. 다들 기다리고 있었어요.”
강서윤의 병실 앞, 장수연이 그를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장수연의 곁에는 몇 명의 실습생들이 서 있었다.
그들은 모두 허남준을 동경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와, 진짜 허남준 선생님이시네.”
허남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다가가 강서윤의 상처를 확인한 뒤, 다행스럽게도 감염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허 선생님, 저 언제 퇴원할 수 있죠?”
강서윤의 말투는 무미건조했다, 마치 그와 최소한의 대화만 하려는 듯.
그리고 허 선생님이라는 이 부자연스러운 호칭이 허남준의 가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게다가 그녀의 눈빛 속에는 미묘한 분노와 조롱까지 서려 있었다.
장수연도 이를 감지하고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허남준은 차분히 대답했다.
“최소한 2주는 더 있어야 합니다.”
“상처가 완전히 다 나아야 퇴원이 가능하고요.”
그러나 강서윤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병실 안 분위기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장수연은 그런 상황을 보다 못해 일부러 기침을 했다.
“에헴! 사부님, 어서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그녀는 암묵적으로 허남준에게 이제 변명이라도 해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허남준은 한숨을 쉬었다. 그도 이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깨닫고 있었다.
“강서윤 씨.”
조금 뒤, 허남준이 결심한 듯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저랑 얘기 좀 하실 수 있습니까?”
그러자 강서윤이 코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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