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목의 날카로운 시선이 마치 송곳처럼 그녀의 온몸을 꿰뚫었다.
그 시선은 살펴보는 듯 집요하고도 예리하게 그녀를 훑고 있었지만 강희진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태연한 얼굴을 유지했다. 허나 속으로는 모르게 깊은 숨을 들이켰다.
강원주는 제멋대로 자라 머리가 단순하니 상대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강상목은 달랐다.
벼슬의 말단인 현령에서 지금의 자리까지 오른 자다. 그 속마음과 수완은 범인의 그것과는 결이 달랐는데 천 년 묵은 여우라 불러도 과언이 아닐 인물이다.
“언니, 오해예요.”
강희진은 곧바로 생각을 거두고 서둘러 얼굴에 공포의 기색을 띠며 눈살을 찌푸렸다.
“일이 벌어지자마자 저는 곧장 사람을 보내 폐하께 아뢰었어요. 이 일은 폐하께서 친히 단죄하셨고 숙빈 마마와 내명부 궁인들 모두가 그 자리에 있었지요. 만약 제가 동월이를 해하였다면 어찌 그 수많은 눈길을 피해 살아남을 수 있었겠나요. 하물며, 이씨가 어찌 저를 위해 기꺼이 허물을 뒤집어썼겠어요.”
그녀의 말은 조목조목 들어맞았고 반박할 틈조차 허락지 않았다.
“넌 그저 입만 살았구나. 감히 무슨 꿍꿍이를 꾸민다면 내가 그냥...”
“원주야.”
강원주가 분을 삭이지 못하고 이를 악문 채 위협을 내뱉는 순간, 강상목이 문득 나직이 입을 열며 그녀의 말을 끊었다.
“희진이는 너를 위해 이 궁에 들었고 그간 한 치 흐트러짐 없이 제 몫을 다해 폐하의 총애를 지켜냈다. 넌 오히려 그 노고에 고마움을 표해야 마땅하거늘 어찌 저리 무례하단 말이냐.”
말은 그리하였지만 그의 어투는 담담하기 그지없어 질책이랄 것도 없었다.
강희진을 두둔하는 듯한 말에 강원주의 낯빛이 금세 일그러졌다.
“아버지! 어찌 이 아이 편을 드시는 것입니까! 본래 이 계집은 제 하녀 아니었습니까. 제 일을 하는 게 당연하지, 무엇이 그리 대단하다는 것입니까!”
그녀는 입을 삐죽이며 억울한 기색을 드러냈다.
강희진은 묵묵히 입을 다문 채 강상목이 마련한 이 연극이 끝나기를 기다릴 뿐이었다.
그는 본래 그런 사람이었다. 전생에서도 그가 자신과 어머니를 얼마나 매정하게 대했는지 알면서도, 그녀는‘황자를 낳으면 너희 모녀를 다시 만나게 해주겠다’는 그의 거짓말을 믿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우스운 일이다. 자신이 품고 있는 비밀 하나로도 정승가 전체가 무너질 수 있는 마당에 강상목의 성정으로 어찌 그녀를 살아서 궁 밖으로 내보낼 생각이나 했겠는가.
처음부터 그녀는 이 판 위에 놓인 제물이었고 희생되기로 정해진 장기 말이었다. 죽음에 이르러서야 그 사실을 깨달았을 뿐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하늘은 그녀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내렸다.
이번 생엔 반드시, 이 판을 쥔 손이 되리라.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자가 되리라.
강희진은 보이지 않게 두 손을 꼭 쥐었다.
“그간 너의 궁중 행실을 난 모두 지켜보았노라. 실로 훌륭했다. 나도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강상목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녀에게 호의 어린 눈빛을 보냈다.
“과찬이세요. 그저 소녀가 해야 할 도리를 다했을 뿐입니다.”
강희진은 고개를 더욱 깊이 숙이며 공손히 응하였다. 이윽고 허리를 더 낮추며 입을 열었다.
“소녀, 청 하나가 있습니다.”
“허, 그래? 말해보거라.”
강상목은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였는데 그 말투는 여전히 다정했다.
“전 어머니가 아주 걱정되어요. 날씨가 날로 추워지는데 어머니는 몸이 약하신지라 각별한 보살핌이 필요하시지요. 대감, 부디 제 어머니를 궁으로 보내주셔서 소녀와 함께 언니를 모시게 해주세요. 그러면 저도 옆에서 어머니를 보살피며 자그마한 효라도 다할 수 있을 거예요.”
그녀는 목소리에 간절함을 담았다. 말미에는 울음을 삼키는 듯, 가슴이 메이는 기색까지 더해졌다.
그러자 강상목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허면, 너는 내가 네 어미를 학대라도 할까 걱정된다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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