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무는 미간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나무랐다.
“오라버니, 저도 폐하와 함께 싸우고 싶어요.”
그 음성엔 확고한 결의가 서려 있었고 어찌하든 경기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이윽고 그녀는 선우진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폐하, 소첩은 어려서부터 아버지과 오라버니들을 따라 마술을 익혀 왔사옵니다. 결코 폐하께 누를 끼치진 않을 것이옵니다.”
말하는 중에도 그녀는 수시로 강희진을 힐끔거리며 숨기지 않고 조롱의 빛을 띄웠다.
강희진은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 시선을 피했다.
애초에 나서고자 한 일도 아니었다.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면 이런 이목을 끄는 자리에 나서는 일 따위는 꿈에도 바라지 않았을 것이다.
선우진은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좋소. 장군가의 여식이니 말 위에서의 자태가 어떠한지, 짐도 한번 보고 싶군.”
숙빈은 그 말에 기색이 환해졌다.
그러나 선우진이 어찌 그런 속내를 모를까. 양현무의 오늘 행보가 누구를 겨냥한 것인지 그는 처음부터 꿰뚫고 있었다.
숙빈은 순진하게도 그저 강희진을 능멸하는 것만 생각할 뿐, 황제와 자신의 오라버니 사이에서 어느 쪽에 서든 입방아에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은 헤아리지 못했다.
선우진은 그 틈을 타 오히려 양현무에게 날 선 반격을 가한 것이다.
강희진은 잠시 머릿속으로 상황을 정리해 보았다.
결론은 명확했다. 선우진과 양현무는 둘 다 훌륭한 책략가였고 결국 그들 사이에서 그녀만 아무 이유 없이 희생양이 된 셈이었다.
잠시 뒤, 선수들이 경기를 위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하나둘 경기장으로 입장하였다.
양측 열두 명씩, 말 위에 올라 나란히 양쪽 끝에 줄지어 섰다.
선우영은 원래 장난을 좋아하는 성정이라 내기를 위한 판돈을 가져와 사람들을 모아 돈을 걸게 만들었다.
주변은 순식간에 왁자지껄, 시끌벅적한 분위기로 물들었다.
경기 시작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강희진은 고삐를 쥔 손에 땀이 밸 정도로 긴장감을 느꼈다. 그녀는 서열상 서쪽 줄의 여섯 번째 자리에 섰으며 곁엔 숙빈이 있었다.
선우진은 그 반대편, 아주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양쪽 모두 그녀를 보조할 이는 없었고 그녀 자신도 마술엔 문외한이었다.
생각할수록 불안감만 커져 갔다.
그때 탄 말이 느닷없이 뒷다리를 들고 날뛰자 그녀는 깜짝 놀라 몸을 휘청였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고 채찍봉을 들어 날아오는 공을 향해 힘껏 내질렀다.
그러나 누군가 일부러 그녀를 세게 들이받았고 그 충격에 상처 난 팔이 다시금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몰려왔다.
그녀는 순간적으로 채찍을 놓쳤고 공은 그녀의 바로 옆을 스치듯 지나가 상대편 손에 들어가고 말았다.
“무엇 하는 겁니까!”
숙빈이 소리쳤다.
“그리 가까운 거리에서 못 받다니, 점수 하나를 그냥 내준 셈이군요!”
주변의 다른 인원들도 강희진을 향해 불쾌한 시선을 던졌다. 해명하고 싶었지만 선우진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도움을 청할 수도 없었다.
결국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그 말을 삼켰다.
경기 중반, 조원들의 태도는 더 노골적으로 변해 갔다. 그녀는 바로 곁에 있어도 마치 없는 사람처럼 무시당했고 공이 오면 일부러 피하기까지 했으며 공을 받으려 나아가도 끊임없이 가로막혔다.
온 경기장이 자신을 외면한 듯한 기분이었다. 상처 난 팔은 반복된 충격으로 점점 더 아파졌고 강희진은 견디기 힘들 정도로 서러웠다.
그러나 그녀는 분명 실력이 부족했기에 결국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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