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옷을 입은 자들이 뒤쫓으려다 이내 달려든 늑대 무리에 발이 묶이고 말았다.
그 틈을 타 강희진은 선우진과 함께 죽을힘을 다해 달아났다. 그러나 이내 길이 끊기고 말았다. 눈앞은 낭떠러지, 그 아래로는 물살 센 강이 깊게 패여 있었다.
“오래 버티지 못한다.”
선우진이 이를 꽉 물며 낮게 읊조렸다. 그의 어깨는 이미 피로 물들었고 승냥이와 맨손으로 사투를 벌인 탓에 상처는 깊게 벌어져 있었다.
온몸이 피투성이였으나 어디서부터 피가 흐르는 것인지도 알 길이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단 한 차례도 통증을 호소하지 않았다.
이리도 아픔을 참다니, 강희진의 가슴 한켠이 저릿해졌다.
“뛰어내릴 수 있겠느냐?”
선우진이 아무렇지 않은 듯 절벽 아래를 바라보며 물었다.
“뛰겠습니다.”
강희진은 한 치 망설임도 없었다. 늑대든, 자객이든 그 누구와 맞서도 이길 수 없다.
뒤로 물러나도 죽음뿐이라면 차라리 강물에 몸을 던져 마지막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 나았다.
“과연 짐이 눈여겨볼 만한 하구나.”
선우진이 웃음 띤 음성으로 말했다.
“저기 있다!”
뒤이어 들려온 자객들의 고함에 두 사람은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절벽 아래로 몸을 던졌다.
휘몰아치는 바람이 귓전을 찢듯 스쳐갔고 지난날의 기억들이 눈앞을 스쳐 지나갔다.
‘제발 하늘이시여, 이번 한 번만 더 살려주소서.’
강희진은 눈을 감고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이윽고 ‘퍽!’소리와 함께 차가운 물결이 전신을 감쌌다. 몸이 순식간에 얼어붙었고 강희진은 더 이상 버틸 힘조차 없었다.
정신을 차렸을 때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눈을 비비듯 억지로 떠보니 주위엔 돌무더기와 풀숲이 보였다.
등 뒤의 차가운 돌이 살을 찔렀고 젖은 옷자락이 몸에 달라붙어 있었다.
급류에 휩쓸려 이리 밀려온 모양이었다.
강희진은 잠시 갈등했다. 지금의 자신조차 간신히 버티는 판에 선우진을 데리고 다니는 건 오히려 무모한 일이다.
하지만 이내 떠오른 것은 그가 온몸으로 자신을 지켜주던 순간들이었다.
‘그래, 이건 빚을 갚는 거야.’
강희진은 이를 악물고 그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걸쳤다. 비틀거리며 그를 일으켜 멀리 보이는 갈대숲으로 향했다.
때는 늦가을이라 갈대가 무성하게 자라 있었고 그녀의 키보다도 훨씬 높았다.
앞길이 보이지 않아 발로 더듬듯 걸으며 선우진을 이끌었다. 찬바람이 옷깃을 파고들어 몸이 덜덜 떨렸다.
‘내가 왜 이 사람의 은혜를 갚겠다고 했을까. 따지고 보면 은혜는커녕, 이 모든 일의 원흉은 이 사람이 아니던가.’
자객들은 분명 선우진을 노리고 나타난 것이다. 그로 인해 무고한 자신이 이토록 죽을 고비를 넘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수록 분했다.
그 순간 선우진의 상처가 더는 견디지 못한 듯 벌어지며 그가 고통에 찬 신음을 터뜨렸다.
강희진은 급히 그를 내려놓고 주위의 갈대를 꺾어 덮어주며 그의 체온을 지키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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