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주는 치맛자락을 움켜쥔 채 성큼성큼 책상을 돌아 나가려 했다.
“마마, 잠시만요!”
동월이 급히 나서며 그녀를 불러세웠다.
“무슨 일이냐?”
강원주가 눈살을 찌푸리며 뒤돌아보았다.
“굳이 지금 가셔서 몸소 사람을 데려오실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강희진은 질긴 계집이니, 하룻밤쯤 무릎 꿇고 있는다고 무슨 탈이라도 나겠습니까.”
동월은 강원주가 망설이는 틈을 타 재빨리 다가가 그녀의 팔을 붙잡고 다시 자리에 앉혔다.
“강희진 그 계집이야 죽든 말든 상관없다. 하나 숙빈이 이번 일로 내 뺨을 갈겼다는 게 분통 터질 뿐이지. 가만히 있으면 내가 겁먹은 줄 알고 우습게 볼 것 아니냐.”
강원주의 목소리는 점점 거칠어졌다.
전에도 자기 앞에서 대놓고 사람을 빼앗더니, 이번엔 아예 자신이 거느린 궁인까지 함부로 대했다.
숙빈은 몇 번이나 강원주를 깔보며 제멋대로 행동해 왔다.
‘내가 어찌 이런 모욕을 당해야 한단 말인가.’
강원주는 이를 악물며 싸늘하게 코웃음을 쳤다.
“하나 지금 당장 가시게 되면, 마마와 숙빈마마께서 언성을 높이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말들이 폐하의 귀에라도 들어간다면, 괜히 폐하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겠습니까.”
동월은 한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다독이며 낮은 목소리로 설득했다.
“폐하를 구한 이는 바로 나다. 총애하고 귀히 여겨도 모자랄 판에, 어찌 이런 하찮은 일로 나를 홀대하겠느냐.”
강원주는 여전히 분이 풀리지 않은 듯 씩씩대며 말했다.
당장이라도 영녕궁으로 달려가 숙빈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마마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 하오나 겨우 강희진 그 계집 하나 때문에 혹시라도 폐하께서 노여워하신다면, 도리어 손해 아니겠습니까.”
동월은 눈매를 살짝 내리깔며 한층 더 부드러운 말투로 강원주를 부추겼다.
“게다가 그 계집이 입궁한 뒤로는 간사한 재주 하나 믿고 날마다 콧대만 높아졌습니다. 마마께서 궁을 비우신 사이 아예 마마 행세를 하며 제멋대로 굴었습니다. 저희도 함부로 부리며, 마마께서 안 계시니 자신이 이 궁의 주인이라나 뭐라나...”
동월은 독이 서린 눈빛을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
“마마의 너그러우신 성정만 믿고, 버릇없이 구는 것입니다. 그간 마마께서도 차마 나무라지 못하셨으니 오늘 숙빈마마를 만나 혼나는 것도 오히려 다행이라 해야지요. 마마 없이는 하찮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낄 테니 말입니다.”
동월은 말끝마다 이를 악물듯 분노를 실었다. 그녀의 얼굴을 이렇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강희진이었다.
강희진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하늘엔 짙은 구름이 몰려 있었고 머지않아 굵은 비가 쏟아질 기세였다.
‘초월 쪽은 무사히 진행되고 있을까.’
강희진의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어둠이 깃들었다.
...
한편 어서전 바로 밖.
궁녀 옷차림을 한 소녀가 걸음을 재촉해 돌사자 뒤편에 다다르더니, 계단 위에 서 있는 정허운을 올려다보았다.
잠시 후, 정허운을 따라다니는 어린 내관이 달려왔다.
“무슨 일로 정 내관을 찾으십니까?”
붉은 입술과 고른 치아를 지닌 어린 내관은 누가 봐도 앳된 소년의 모습이었다.
“화비마마의 몸종이 숙빈마마께 벌을 받아 지금 영녕궁에서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그 아이는 어려서부터 마마 곁을 지켜온 터라, 마마께서 차마 외면하지 못하시고 마음을 쓰고 계십니다. 하나 직접 나서기엔 숙빈마마의 노여움을 사지 않을까 염려되시어, 혹 정 내관께서 방도를 내주실 수 있을지 하여 찾아왔습니다.”
초월의 미간은 잔뜩 구겨져 있었고 말끝에는 숨길 수 없는 절박함이 배어 있었다.

ความคิดเห็น
ความคิดเห็นของผู้อ่านเกี่ยวกับนิยาย: 대신 승은을 입은 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