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강희진이 부끄러운 듯 목소리를 낮추며 선우진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창문 너머로 스며드는 새벽 볕이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
“폐하, 어서 소첩을 내려주십사오.”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달콤하게 들렸다.
선우진은 가볍게 웃었지만, 그래도 장난을 멈추고 그녀를 놓아주었다.
막 잠에서 깨어난 강희진은 아직 머리가 어지러웠고, 잠시 서서 정신을 차린 후에야 제정신을 찾았다.
선우진이 떠나자,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정전으로 들어갔다.
“정녕 남정네를 홀리는 데 능하구나. 방금 그 장면은 나마저도 감탄할 만했어.”
강원주가 병풍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와 초월의 부축을 받으며 자리에 앉자, 춘희, 하선, 추연, 동월 네 명의 몸종이 차례로 밖에서 들어와 강희진을 지나쳐 강원주 뒤에 서서 자리를 잡았다.
상대방의 위세 속에서 외로이 서 있는 강희진의 모습이 더욱 두드러졌다.
강희진은 태연한 표정으로 몇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아침에 강원주가 했던 말과 피 묻은 채찍을 순간 떠올리며 몸이 떨렸지만, 내색을 내지 않고 스스로를 다잡았다.
“저는 항상 큰언니의 당부를 잘 기억하여, 오직 큰언니를 대신해 폐하를 잘 섬기려고 노력했을 뿐입니다.”
그녀의 몸을 이용해 황제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지만, 정작 남자가 사로잡히는 모습을 차마 참을 수 없다니.
이 세상에 강원주처럼 모순된 삶을 사는 사람이 또 있을까.
속으로는 비웃었지만,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강희진이었다.
“나 대신인 줄 네 뇌리에 잘 새겨둬야 할 게야.”
강원주는 냉소를 지으며 말에 위협을 담았다.
강희진은 침묵을 지켰다.
“어서 내려가 옷을 갈아입고, 그 가면도 다시 쓰라.”
강원주는 성가신 듯 그녀를 흘겨보며 명령했다.
“그 얼굴을 보노니 화만 나.”
이런 말은 이미 익숙했다.
강희진은 지쳐서 빨리 방으로 돌아가 쉬고 싶었다.
그녀와 함께 방으로 돌아간 건 하선이었다.
하선의 악의에 찬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왔고, 그 말이 마치자부로 강희진의 머리카락은 심하게 뒤로 잡아당겨졌다.
비녀 끝이 바닥에 떨어지며 쨍그랑 소리를 냈다.
두피가 찢어질 듯한 고통에 강희진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재빨리 하선의 손목을 잡고 몸을 돌려 발로 힘껏 차버렸다.
“아악!”
하선은 고통에 몸을 움츠리며 배를 감쌌다.
“네가 감히 나를 때려?”
예전에는 아무에게나 당하기만 하던 강희진이 갑자기 반격하자, 하선은 화가 치밀어 손을 들어 강희진의 얼굴을 때리려 했다.
그러나 손바닥이 내리치기 전에 '탁!'하는 소리가 났다.
뺨이 따가워지고 귀에서는 '웅웅' 소리가 울렸다.
하선은 눈을 크게 뜨고 당황한 표정으로 강희진을 바라보았다.
“강희진? 미친 게냐? 네가 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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