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하, 소첩을 부르신 연유를 모르겠사옵니다.”
소의 이씨는 주위를 둘러보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화비의 옷에 칠황산을 넣은 것이 사실이냐?”
선우진의 눈빛은 횃불처럼 타올라 매섭기 그지없었고, 소의 이씨를 꿰뚫어 볼 듯하였다.
강희진은 숙빈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담담한 표정으로 선우진의 시선을 따라 소의 이씨에게 눈길을 주고 있었다.
강희진은 눈을 내리깔고 마음속으로 상황을 가늠하기 시작했다.
“무슨 말씀이시옵니까?”
소의 이씨의 눈은 이내 크게 떴다.
조심스레 방 안의 상황을 훑어본 그녀는 안색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소첩은 화비 마마와 원한도 없는데 어찌 약을 써서 해하겠사옵니까? 게다가 화비에게 변고가 생긴다 한들 소첩에게 득이 될 것도 없사옵니다! 폐하!”
소의 이씨는 다급하게 자신을 변호했다.
“혹여 화비 동생이 총애받는 것을 질투한 것이 아니겠느냐?”
숙빈이 눈썹을 치켜올리며 강희진 곁으로 다가와 섰다.
“소첩 아니옵니다!”
소의 이씨는 고개를 저으며 선우진이 이 말을 믿을까 두려워했다.
“소첩에게 만 배의 담력을 주신다 해도 감히 화비 마마께 약을 쓸 수 없사옵니다.”
선우진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어두운 표정을 지어 그 속마음을 짐작하기 어려웠다.
“폐하! 소첩은 정말 화비 마마를 해치지 않았사옵니다. 하늘에 맹세할 수 있사옵니다!”
선우진이 오랫동안 아무 말이 없자 소의 이씨는 더욱 황망해하며 손을 들어 맹세하려 했다.
“그러고 보니 소의 곁에 있는 궁녀는 어디 있느냐? 초아라고 했던가? 방금 의상원에서 오는 길에 만났다고 하지 않았느냐.”
숙빈은 문득 생각난 듯 말하며 방 안을 둘러보며 초아를 찾았다.
사람들도 일제히 소의 이씨 곁을 바라보았다.
오직 강희진만이 처음부터 숙빈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연기를 참 잘하는구나.
하지만 지금 당장 그녀의 가면을 벗길 수 없다는 사실이 답답했다.
선우진은 즉시 호위병에게 시신을 명광궁으로 가져오라고 명했다.
궁 안의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반 시진 후, 호위병이 보고하자 강희진 일행은 선우진을 따라 궁 밖으로 나갔다.
“초아!”
시렁 위에 누워 있는 여인의 시신을 본 소의 이씨는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한 손으로는 기둥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는 입을 막았다.
“멀쩡하던 사람이 어찌 갑자기 죽었단 말인가...”
숙빈은 눈살을 찌푸리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제대로 조사하였느냐?”
“숙빈 마마께 아뢰옵니다, 이 궁녀는 건져 올렸을 때 이미 숨이 끊어진 상태였사옵니다. 아마 실수로 호수에 빠져 익사한 듯하옵니다.”
말을 마치고 호위병은 초아에게서 찾은 물건을 두 손으로 받쳐 올렸다.
그 안에는 칠황산 반 봉지와 물에 젖어 글씨가 흐릿해진 서신 한 통이 들어 있었다.
한동안 기다려도 선우진이 아무런 행동을 보이지 않자 숙빈은 손을 뻗어 서신을 집어 들고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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