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에는 장미숙이 철저히 실망할 차례였다.
주성호의 머릿속에는 오직 방금 전 추영자가 내뱉은 ‘이혼’이라는 두 글자뿐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화가 났다.
며칠간 떨어져 지내면서 그녀가 냉정을 되찾고 생각을 정리할 거라 믿었는데 돌아오자마자 감히 또다시 이혼을 입에 올리다니.
분노와 함께 마음 한구석에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깃들었다.
그는 그것이 정확히 어떤 감정인지 따져볼 겨를도 없이 다만 추영자가 그 말을 철회하게 하고 싶었다.
"미숙아, 너 먼저 나가. 나 영자랑 할 말이 있어."
주성호는 장미숙을 밀어내며 한 치의 타협도 없는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장미숙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며 온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어쩌다가 일이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
그녀의 계획대로라면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가야 했다.
하지만 상황은 예상과 완전히 달랐을 뿐만 아니라 주성호조차도 변해버렸다.
그녀는 주성호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고 그가 자기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런 불길한 예감이 장미숙을 더욱 초조하게 만들었다.
만약 이대로 상황이 악화되면 그녀는 주씨 가문에 남을 수 있을까?
안 돼, 절대 그런 일은 용납할 수 없어.
결심한 장미숙은 돌연 몸을 돌려 추영자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러운 행동이었다.
추영자는 싸늘한 시선으로 그녀를 내려다보며 조소가 서린 눈빛을 보냈다.
주성호도 순간적으로 얼어붙었지만 이내 미간을 찌푸리며 다가가 그녀를 일으켜 세우려 했다.
추영자는 그를 힐끗 바라보았다.
만약 세은 그룹이 아니라면 그녀는 이 시간에 이 방문을 열고 들어올 일이 없었을 것이다.
주성호가 장미숙을 감싸는 모습을 보며 추영자의 인내심은 바닥을 드러냈다.
"이 여자 먼저 내보내 줄래? 설마 집안 메이드들이 당신이 내 침실에서 바람피우는 꼴을 알아도 상관없다는 거야?"
주성호는 체면을 중시하는 사람이었다.
비록 모두가 그와 장미숙의 관계를 의심하고 있더라도 최소한 드러내놓고 행동하는 일은 없었다.
역시나 그녀의 말이 떨어지자 주성호의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
하지만 결국 그는 장미숙을 향해 돌아서며 다정하게 말했다.
"미숙아, 일단 나가 있어. 메이드한테 가서 얼굴 상태 좀 봐달라고 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넌 신경 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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