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영자, 내가 말했잖아. 이 일은 미숙이랑 아무 상관 없어."
주성호는 목소리를 낮추며 얼굴에 분노를 표했다.
"왜 우리 문제를 자꾸 다른 사람한테 엮으려는 거야?"
그는 다시 한번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이혼 같은 건 꿈도 꾸지 말고 조용히 주씨 가문 안주인으로 살아. 더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고."
추영자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대꾸했다.
"나도 다시 한번 강조할게. 소환장 받고 싶지 않으면 빨리 서명해. 더 이상 이런 쓸데없는 대화에 시간을 낭비할 인내심이 없어."
주성호는 그녀가 이렇게까지 완강할 줄은 몰랐다.
그의 분노는 점점 커졌고 한편으로는 극심한 피로감이 밀려왔다.
게다가 사무실에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의식한 그는 결국 한발 물러서며 달래듯 말했다.
"일단 집에 돌아가. 어떤 일이든 내가 돌아가면 다시 얘기하자."
그러나 추영자는 단호했다.
"얘기할 필요 없어. 난 할 말 다 했으니까 생각 정리되면 연락해."
그녀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무실 문을 향해 걸어갔고 주성호는 회사라는 이유로 그저 그녀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바닥에 흩어진 서류들을 바라보던 그는 한숨을 내쉬더니 몸을 숙여 이혼 서류를 주우려 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장미숙이 재빨리 다가와 그를 도왔다.
주성호가 말릴 틈도 없이 장미숙의 시선이 이혼 서류의 내용에 꽂혔다.
순간 그녀는 손을 떨더니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곧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태연하게 서류를 주워 주성호에게 건넸다.
"오빠, 언니 정말 이혼하겠대?"
장미숙이 떠보듯 물었다.
방금 그녀는 추영자가 뻔뻔하게도 주성호의 재산 절반을 요구했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았다.
그녀도 감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추영자는 대체 무슨 배짱으로 저런 짓을 벌이는 거지?
지금 당장 그에게 따지고 싶었지만 마지막 남은 이성이 그녀를 붙잡았다.
지금은 그를 추궁할 때가 아니었다.
그가 그녀를 다시 곁에 두었다는 것은 사실이나 그는 결코 그녀와의 결혼을 약속하지 않았다.
그런데... 한때 자신만을 바라봐 주던 이 남자를 어떻게 다시 놓을 수 있단 말인가?
이 모든 걸 포기할 수는 없어.
설령 주성호가 추영자를에게 마음이 기울었다 해도 그녀는 가만히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장미숙은 내면의 불안을 억누르고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언니 기분을 맞춰주려면 내가 손해 보는 건 괜찮아."
그녀는 일부러 한숨을 쉬며 깊은 걱정이 담긴 듯한 얼굴을 했다.
"하지만... 오빠, 오빠가 지쳐 보여서 난 너무 걱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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