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번에 주성호는 그녀가 기대하던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녀를 걱정하는 기색도 없었고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치며 추영자의 잘못을 나무라는 일도 없었다.
주성호는 속으로 피곤함을 억누르며 담담하게 말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소홀했어. 그러니 나한테 서운함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이지. 그리고 세상에 다투지 않는 부부가 어딨겠어? 아무튼 넌 신경 쓰지 마. 그리고 당분간 회사에도 찾아오지 마. 영자가 보면 또 오해할라.”
주성호의 말 하나하나가 장미숙의 신경을 건드렸다.
오늘 그녀의 수단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속이 상했는데 주성호가 대놓고 자신과 선을 긋고 심지어 회사에도 오지 말라고 할 줄은 몰랐다.
추영자라는 여자가 정말 대단한 수를 쓴 모양이다.
이혼이라는 한 가지 카드만으로 자신이 몇 년 동안 쌓아 올린 노력을 무너뜨리고 심지어 주성호의 마음마저 붙잡아 놓았으니!
장미숙의 얼굴이 점점 굳어졌다.
주성호는 그녀의 창백한 얼굴을 보며 방금 했던 말이 너무 심했나 싶었다. 그러다 과거를 떠올리자 또다시 마음이 약해졌다.
그는 서랍을 열어 수표책을 꺼낸 뒤, 금액을 적어 찢어 건넸다.
“네가 속상한 거 알아. 가서 마음에 드는 거 있으면 사. 부족하면 또 말하고.”
장미숙은 수표에 적힌 2억을 보며 손끝이 살짝 움찔했지만 애써 시선을 거두었다.
그녀가 처음 주가에 들어왔을 때 주성호는 이미 그녀에게 한 장의 카드를 건네며 비서에게 매달 생활비를 입금하도록 지시한 바 있다.
그 돈은 꽤 많았지만 주씨 가문의 거대한 재산에 비하면 새 발의 피였다.
그녀는 몇 년 동안 주성호가 그의 부 카드를 주길 기다려 왔는데 지금 와서 겨우 수표 한 장이라니…
장미숙은 손을 꼭 쥐며 마음속 불만을 억누른 후 고개를 들어 부드럽게 말했다.
“오빠, 나 그런 뜻으로 말한 거 아니야. 돈은 됐어. 난 받지 않을게.”
그녀는 이 돈 따위가 아니라 그 이상의 것을 원했다.
“내가 잘 이야기해 볼게. 정 안 되면 너희 모녀 잠시 따로 지낼 수 있도록 거처도 마련해 줄게. 당분간 이사해서 지내는 게 좋을 거야.”
장미숙은 얼굴이 굳었다.
그녀는 자신이 던진 말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줄 몰랐다.
주성호가 그녀와 강유리를 주씨 가문에서 내보낼 생각을 하게 만들 줄이야!
이럴 순 없다.
한 번 나가면 다시 들어가기 어려워질 것이다.
하지만 주성호의 표정을 보니 더 말하기도 어려웠다.
결국 장미숙은 간신히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유리랑 나는 오빠 말대로 할 거야. 오빠가 언니와 잘 지내기만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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