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먹은 새를 방불케 하는 심자영의 모습에 성승윤은 묘한 쾌감에 휩싸였다.
심자영을 빤히 쳐다보는 그의 눈가엔 노골적인 욕망이 어려있었다.
그는 심자영을 향해 서서히 다가왔다.
“심 선생님, 실은 처음 봤을 때부터......”
“성 선생님!”
심자영이 돌연 언성을 높이며 그의 말을 잘라냈다.
더는 성승윤과 둘만 있기도, 그의 말을 듣고 있을 엄두도 안 났다.
“오래 서 계셔서 갈증 나시죠? 제가 물 한 잔 따라드릴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심자영은 재빨리 병실을 빠져나가려 했다.
벌써 훤히 드러난 성승윤의 속내다. 둘만 남은 이 기회를 그가 어찌 놓칠 수 있으랴.
그는 잽싸게 심자영을 막아섰다.
“선생님, 물은 저기 있잖아요?”
물이 있는 쪽을 응시하던 성승윤이 다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심자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디 가시려고요?”
파리하게 질린 심자영의 마음 한편에서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병원에서 성승윤이 겁도 없이 일을 벌이지 않을 거란 걸 알았지만 심상치 않은 느낌이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성승윤이 잔뜩 긴장한 심자영을 응시했다.
지금은 속내를 드러내서도, 심자영에게 무슨 짓을 해서도 안된다는 걸 안다.
하지만 저 모습을 보니 주체하기 힘든 흥분이 끼쳐왔다.
“선생님, 제가 그렇게 싫으세요?”
성승윤의 그림자가 심자영에게 다가왔다.
“왜 절 볼 때마다 그렇게 거리를 두실까? 제가 뭐 오해 삼을 일이라도 했나요?”
주먹을 말아 쥔 심자영은 억지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다.
다만 코앞으로 다가온 성승윤 때문에 이성은 벌써 엉망이 된 상태다.
“자영아, 일단 이리 와.”
고개를 들어 성승윤을 보는 심자영의 얼굴에선 더 이상 직전의 긴장이 보이지 않는다.
주경민이 믿는 구석이라도 된 걸까.
그가 나타남과 동시에 안정을 되찾은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성승윤의 얼굴에 못마땅함이 짙게 깔렸다. 하지만 오늘은 기회가 없다.
게다가 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았다간......
이를 악물었던 성승윤은 금세 표정 관리를 하며 심자영에게 자리를 내줬다.
자영은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곧장 경민에게 향한다.
주경민은 몸에 밴 듯 자연스럽게 심자영을 등 뒤에 감쌌다.
뒤에 선 심자영은 불안했던 그때처럼 저도 모르게 주경민의 옷을 붙잡았다.
그에게서 전해지는 싱그러운 소나무 향기를 맡은 뒤에야 곤두서있던 심자영의 신경은 완전히 느슨해졌다. 그 안정감은 얼음장 같던 몸에도 온기를 전해줬다.
심자영의 불안감을 느꼈는지, 성승윤을 보는 주경민의 눈가에도 더욱이 한기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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