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를 마친 장미숙은 다크서클을 가리기 위해 정성스럽게 화장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조용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러다 복도에서 막 외출하려던 주성호와 마주쳤는데 어젯밤 일이 떠올라 눈빛이 순간 흐려졌지만 이내 표정을 정돈하고 다가갔다.
"오빠, 오늘은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 아침은 먹었어?"
주성호는 이미 구두까지 신은 상태였다.
오늘은 추영자와 함께 아침을 먹기로 했기에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일어났고 지금쯤 출발해야 약속 시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는 장미숙의 단정한 차림을 보고 잠깐 의아해하며 물었다.
"어디 나갈 일 있어?"
장미숙은 당황한 듯 굳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냥 잠이 안 와서 좀 일찍 일어났어."
그녀는 주성호가 뭔가 이상하다고 눈치채지 않도록 애써 태연한 척했다.
그는 그녀를 몇 초간 바라보았지만 별다른 의심은 하지 않는 듯했다.
장미숙은 그의 외출을 막고 싶어 앞으로 다가가 넥타이를 매주며 말했다.
"아직 시간도 이르고 밖에 눈도 오는 것 같아. 메이드한테 국밥 끓여달라 할까? 속도 따뜻해질 텐데."
주성호는 팔을 들어 시계를 확인한 뒤 시큰둥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됐어. 그리고 오늘은 밖에서 먹는다고 메이드한테 미리 말해놨어. 당분간은 밥 먹을 때 나 기다리지 마."
넥타이를 고정하던 장미숙의 손이 그의 재킷 칼라 위에서 굳어버렸다.
그녀는 이내 이를 악물고 눈썹 사이로 살짝 사나운 기색을 내비쳤지만 애써 분노를 억누른 채 조심스레 물었다.
"네 탓 아니야. 괜한 생각 하지 마."
그러다 잠시 멈칫하더니 장미숙을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히 말했다.
"하지만 어젯밤 내가 한 말은 잊지 마. 네 언니 요즘 마음이 많이 불편해. 혹시라도 돌아오면 억지로 들이대거나 기분 상하게 하지 마."
요즘 들어 여자들의 신경전이 얼마나 귀찮은지 절절히 느끼고 있던 터였다. 하지만 추영자가 장미숙의 존재를 신경 쓴다는 건, 아직 자신에게 미련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장미숙이 조금만 조심하면 자신이 더 곁에 있어 주는 걸로 마음을 풀고 돌아올 거라 믿고 있었다.
그녀의 탓이 아니라는 말에 장미숙은 기분이 풀리려고 했지만 이어진 경고에 얼굴이 굳어지더니 입술을 꼭 깨문 채 손톱으로 손바닥을 파고들어서야 겨우 증오의 기색을 누를 수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은 이미 폭풍처럼 뒤흔들리고 있었다.
주성호는 정말 그 여자를 위해 자신을 버리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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