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쓰라린 미소를 지으며 무력하게 말했다.
"안심해, 이번엔 진짜 갈게. 거짓말 아니야."
심자영은 냉정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그녀는 주경민을 돌아보지도 않고 방으로 들어갔고 주경민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불과 몇 걸음 거리밖에 되지 않았지만 심자영은 점점 멀어져 가는 듯했다.
마치 손에 쥔 모래처럼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흘러내릴 뿐이었다.
...
장미숙은 밤새 뒤척이며 좀처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어젯밤 그녀는 주성호가 어르신 방에서 나오길 기다렸다가 자신의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어 그의 마음이 다른 여자에게 흘러가지 않게 위로해 주려고 했다.
그런데 막상 2층 복도에 올라서니 안에서 희미하게 다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 시간엔 메이드들도 모두 쉬는 중이었기에 장미숙은 용기를 내어 문에 귀를 대고 소리를 엿들었다.
그러다 그녀는 주성호가 어르신에게 말하는 소리를 듣고 말았다.
주성호는 절대 그녀를 주씨 가문에 들이지 않겠다고, 추영자와는 이혼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오히려 어르신에게 추영자를 설득해 데려와 달라고 했다.
그 말 한마디는 천둥처럼 그녀의 모든 꿈을 산산조각 냈다.
그녀는 자기가 들은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지난 4년 동안 주씨 가문 안팎에서 주성호는 그녀에게 충분한 체면을 세워주었다.
그녀는 이미 호사스러운 생활에 익숙해져 있었기에 이 모든 걸 잃는다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했다.
장미숙은 이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주성호가 추영자를 달래기 위해 자신과 강유리를 주가에서 내쫓을까 두려웠고 추영자가 자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 복수할까 봐 겁났다.
주성호의 보호가 없다면 주씨 가문 안에서도 해성시에서도 그녀는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하여 오직 이 남자를 붙잡아야만 모든 걸 지킬 수 있었다.
장미숙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어젯밤 들은 말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자, 그녀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거울 속 초췌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장미숙은 정신을 차리려는 듯 차가운 물로 얼굴을 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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