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이가 춘성에 봉사활동하러 갔어요."
어르신은 멈칫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여자애가 그런 고생을 하는 걸 두고 봤다고? 주씨 가문에서 걔를 못 키울 것 같아? 자영이가 미술 배우지 않았어? 왜 해외로 연수 보내지 않고, 오히려 그렇게 먼 곳에 봉사하러 보냈어? 누구 생각인 거야?"
추영자는 잠깐 침묵했다.
"자영이 생각입니다."
"그럴 리가, 갑자기 그렇게 먼 곳까지 가서 뭐 한대? 솔직하게 말해, 누가 자영이 괴롭혔어? 나한테 말해, 내가 편들어줄게."
어르신이 표정이 어두워져서 말했다.
어르신이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추영자는 정말 그녀한테 호소할 정도로 순진하지 않았다. 어찌 됐든 주경민과 연관된 일이었기에 나중에 어르신이 누구의 편을 들지는 너무 뻔했다.
"원래 자영이를 해외 유학 보내려고 했는데, 얼마 전에 갑자기 사고가 생겨서, 자영이가 손을 다쳤어요, 다시는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됐어요. 그러다가 인터넷에서 봉사활동을 보고 지원한 겁니다."
"자영이가 직접 한 결정이라 반대할 수 없었어요. 게다가 자영이가 어린아이도 아니고, 심사숙고하고 내린 결정이라고 믿었기에 이모가 돼서 당연히 지지해 준 겁니다."
그녀의 말을 듣자 어르신은 실망한 것 같았다.
"너도 자영이를 너무 오냐오냐 해줬어, 다쳤으면 병원에서 잘 치료받아야지, 그런 외진 곳에 가서 사고라도 나면 어떡해?"
어르신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바로 말을 돌리고는 추영자를 압박스럽게 빤히 바라보았다.
"솔직하게 말해 봐, 민이가 자영이가 떠난 소식을 알고 찾으러 간 거야?"
추영자의 눈빛에 당황함이 스쳤다.
...
다른 휴게실 안, 주성호는 아주 골치가 아팠다.
장미숙이 옆에서 한참을 울었고 그가 한참을 달랬다. 여자의 울음소리에 주성호는 자기도 모르게 짜증이 났다.
그는 갑자기 그동안 이성적이고 얌전한 추영자가 떠올랐다. 울며 불며 난리 치는 장미숙을 보자 그는 아주 짜증이 났다.
왜인지 추영자가 이혼 얘기를 꺼냈던 게 생각나자, 그는 마음이 불안 해났다.
다시 울음소리가 들리자 주성호는 완전히 인내심을 잃고 묵직하게 윽박질렀다.
"됐어, 그만 울어."
장미숙은 울음을 멈췄고 깜짝 놀라했다. 예전 같았으면 주성호가 분명 모든 조건을 내걸면서 그녀를 기쁘게 하고, 그녀한테 갖은 장담을 했을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 이 남자가 그녀한테 윽박지르면서 울지 말라고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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