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영이 고개를 홱 들었다.
“뭐라고요?”
“내가 이번 사건의 문제를 샅샅이 파헤쳐볼 수 있는데.”
문지성이 얘기했다.
문가영은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바로 대답하려다가 무언가 떠오른 듯 이를 꽉 깨물고 문지성에게 물었다.
“그럼 내가 뭘 하면 돼요?”
문지성이 가볍게 웃으면서 문가영을 쳐다보았다.
“멍청하진 않네. 뭘 해줄 필요는 없어. 나도 지금은 이 사건을 이용할 생각이라서 그래. 그저 법정에서 원고 역할만 해주면 돼. 다른 회사를 고소해달라는 뜻이야.”
문가영은 그제야 깨달았다. 문지성은 이 기회에 경쟁사를 처리하려는 것이다.
머리를 굴린 문가영이 문지성에게 물었다.
“그 회사도 고아원에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보냈어요?”
“당연하지.”
문지성이 회사의 이름을 알려주었다. 문가영은 그 회사의 이름을 리스트에서 본 적이 있었다.
그 회사에서 보내준 우유는 모두 유통기한이 지난 우유였다.
하지만 문가영은 아직 대답을 하지 못했다.
회사를 고소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문가영이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하지 못하고 있자 문지성이 얘기했다.
“마음 가는 대로 해. 결정되면 연락하고.”
말을 마친 문지성은 떠나지 않고 문가영을 쳐다보았다.
고개를 숙인 문가영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몰랐지만 꽤 아담했다. 키가 큰 문지성은 바로 문가영의 하얀 목덜미를 볼 수 있었다.
너무 얇아서 한 손으로 부러뜨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진수빈과 방우지는 사무실에서 나와 문지성과 문가영을 발견했다.
문가영 앞에 서 있는 남자는 체격이 크고 잘생겼으며 귀티가 흘러넘쳤다.
일반인이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했다.
하지만 문가영을 향한 그 시선은 부드럽고 다정했다.
키가 비슷한 두 사람이 무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문가영은 자기 옆에 서 있는 진수빈을 보고 시선을 내린 후 문지성 쪽으로 발을 옮겼다.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진수빈과 문지성 모두 문가영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문지성은 그런 문가영의 행동에 기분이 좋아진 듯 입꼬리를 올리고 대답했다.
“가영이한테 볼일이 있어서.”
진수빈은 문가영의 행동 때문에 표정이 확 굳어버렸다.
안 그래도 점심에 있었던 일 때문에 기분이 나빴다.
진수빈은 선을 지키지 않는 사람, 그리고 독설을 내뱉는 사람을 싫어했다.
게다가 함영희의 말은 여민지의 명예를 훼손시킬 수 있는 얘기였다.
의사에게 있어서 명예는 꽤 중요했다.
진수빈이 검은 눈동자에 문가영을 담으면서 물었다.
“출근 시간에 왜 여기 있는 거야.”
“내가 보자고 했으니까 여기로 나온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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