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한심한 선의로 사람 목숨 갖고 장난치지 마요. 웃기는 짓이니까.”
회의실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함영희 일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문제였다.
환자에게 잘못된 약을 주사한 게 아니라 오후 때 저녁에 먹을 알약을 배분하면서 환자 번호를 잘못 본 것이었다.
환자도 책임을 묻지 않았고, 함영희도 약을 배분한 후 이상한 점을 발견한 뒤 그 자리에서 바로 처리하고 환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수간호사에게 먼저 이 일을 알린 것도 그녀 본인이었다.
사실 간단하게 끝낼 수 있는 일을 하필 의사들 쪽에서 붙잡고 늘어지는 것이었다.
문가영은 공격적으로 다그치는 여민지의 모습에 입을 다물었다.
말다툼에 소질이 없었던 그녀는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꺼냈다.
“그쪽 말이 맞아요. 제 호의는 사람의 목숨에 비하면 별 가치가 없죠.”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하지만 그쪽이 일을 처리하는 방식도 옳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더 말하려는데 옆에 있던 수간호사가 말리면서 본인이 나서서 입을 열었다.
“함영희 씨 실수는 처벌받아 마땅해요. 그러면 저도 고백할게요. 간호사가 된 첫해에 너무 바빠서 병실 번호를 잘못 기억한 적이 있어요.”
“전 성별도 헷갈렸어요.”
“저도 약을 잘못 배분했다가 금방 원래대로 바꿨어요.”
“전 주사를 놓을 때 주삿바늘을 환자 침대에 두고 나올 뻔했어요.”
문가영 옆에 있던 간호사들은 하나둘 실수했던 일들을 이야기했고 수 간호사가 덧붙였다.
“이런 실수는 사소해 보이지만 환자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들께서 크게 신경 쓰이시면 저희도 해고하세요. 하지만 한 번도 실수하지 않는 간호사는 없고, 병원에 들어올 때부터 모든 걸 해내는 의료진은 없어요. 다들 신뢰할 수 있는 의료진이 되기 위해 노력할 뿐이죠.”
진수빈은 시선을 들어 그녀를 바라보다가 표정이 싸늘하게 굳은 채 돌아섰다.
문가영은 서둘러 그의 뒤를 따라가며 나지막이 그의 이름을 불렀다.
“진수빈 씨, 저 할 말 있어요.”
진수빈은 걸음을 멈추고 덤덤한 눈빛으로 그녀를 돌아보았다.
문가영은 한참 동안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함영희 씨 사건에 간섭한 적 없는 거죠?”
그는 조금 전까지 회의 내내 아무런 입장도 취하지 않았고 교수님도 그의 의견을 묻지 않았다.
처음부터 이 일에 관여하지 않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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