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영은 자신이 뭔가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에 잠시 마음속으로 당황하며 무의식적으로 해명하려고 애썼다.
“노블에 가기 전에 오빠가 먼저 저녁을 먹자고 해서요.”
진수빈은 그저 끝없이 어둡고 깊은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할 뿐이었다.
“아이고, 차라리 잘 됐죠. 원래 같이 먹으려고 했는데 이렇게 만난 이상 그냥 다 함께 먹죠?”
방우지가 눈치껏 나서서 상황을 정리했다.
방금 진수빈에게 물어보고 나서야 문지성이 문가영의 오빠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렇다면 진수빈의 형님이란 소리인데 오빠로서 매제를 못마땅해하는 게 당연하고 그가 오해한 대로 연적인 것보단 나았다.
그런데 그의 제안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문가영은 문지성과 밥 먹는데 한 무리 동료들이 끼어들면 대화를 이어가기 쉽지 않아 내키지 않았다.
진수빈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 변화 없이 문가영을 바라보기만 했고, 그 옆모습이 서늘하기까지 해서 아무도 그가 무슨 생각하는지 몰랐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시선을 들고 덤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죠.”
방우지와 이희성은 서로를 바라보았고, 이희성이 서둘러 말했다.
“역시 밥은 북적거리면서 먹어야죠. 모두 모여서 얘기 나누면 분위기도 훨씬 편안하잖아요.”
그들과 함께 온 의사들도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문가영에게 같이 먹자고 제안했다.
문가영은 입술을 달싹이며 나지막이 말했다.
“오빠한테 물어볼게요.”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뒤에서 문지성의 무심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될 게 뭐 있어요? 다 같이 북적거리면서 먹죠.”
진수빈을 힐끗 쳐다본 그가 앞장서서 룸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8, 9 정도 되었지만 자리는 넉넉했다.
문가영이 진수빈을 뒤따라 들어가는데 문지성이 그녀에게 말했다.
“이리와, 편하게.”
노블에 관해 얘기하기 편하다는 뜻임을 알아차린 문가영이 대꾸하며 가려는데 누군가 손목을 낚아챘다.
의아한 듯 고개를 돌리자 상대는 진수빈이었다.
그는 그녀의 손목을 잡은 채 미간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진수빈 본인도 자신이 지금 뭘 하는지 모르겠다. 다만 문가영이 문지성 쪽으로 가는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뒤로 잡아당겼을 뿐이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문가영이 문지성과 가까워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건 그의 무의식적인 반응이었다.
문가영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진수빈 씨?”
괜히 그들이 오해해서 쓸데없이 떠들지 않도록.
말을 마친 그가 문지성을 돌아보며 살갑게 말했다.
“문 대표님, 죄송해요. 제가 대표님께 좀 배우려는 거니까 괜찮으시죠? 수빈 씨와 가영 씨도 병원 일 때문에 중요하게 할 얘기가 있어요.”
문가영은 당연히 아무 말도 못 한 채 다소 어색하게 진수빈 옆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진수빈은 아무렇지 않은 듯 무덤덤한 표정으로 태연하게 행동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그녀는 손을 들고 낮은 목소리로 진수빈에게 말을 건넸다.
“이거 놔요.”
진수빈은 여전히 문가영의 손목을 꽉 잡고 있었다.
이젠 여름이라 문가영은 반팔을 입고 있었고, 진수빈의 따뜻한 손바닥이 그녀의 피부에 직접 닿았다.
문가영은 손을 빼려고 했지만 진수빈의 손은 마치 수갑처럼 단단히 옭아매고 있어 나지막이 아프다고 말해서야 그는 천천히 놓아주었다.
하얀 손목에는 진수빈이 얼마나 세게 움켜쥐었는지 알 수 있을 만큼 붉은 자국이 남아있었다.
문가영은 시선을 내린 채 그에게 물었다.
“할 말이 있다면서요. 뭔데요?”
다소 무겁게 잠긴 그녀의 목소리는 어딘가 서글프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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