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가영의 1억 2천만 원은 여전히 막막하기만 했다.
마음속에서 초조하지 않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일 테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전보다는 훨씬 나아졌다.
문가영은 그저 간호사일 뿐 특별한 기술이 없어 이렇게 한 걸음씩 차근차근 모아가야 했다. 그녀에게 이 돈은 엄청난 액수였다.
커다란 유리창 앞에 긴 그림자가 서 있었다.
문가영은 망설이며 못 본 척하려 했지만 진수빈이 드물게 먼저 말했다.
“문가영.”
문가영은 그를 바라보았고 진수빈은 흰 가운을 입고 셔츠를 단정히 입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의 쇄골과 어깨에 자신이 남긴 물린 자국이 아직도 선명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문가영은 고개를 들어 맑고 깨끗한 눈으로 그를 응시했다.
진수빈은 그녀의 눈을 응시하며 잘생긴 얼굴에 복잡한 감정이 스쳤다.
그가 아무 말 없이 침묵하자 문가영은 눈을 내리깔며 말했다.
“간호사실에 할 일이 많아서 별일 없으면 먼저 가볼게요.”
문가영은 분명히 그를 피하려는 태도를 보였고 진수빈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졌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깊고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했다.
“임지아 씨의 상태가 위독해.”
문가영의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저는 임지아 씨에게 사과하라고 한 적 없어요. 임지아 씨의 치료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겠죠?”
“그런 뜻이 아니야.”
진수빈이 말했다.
문가영의 눈빛이 유난히 반짝이며 그녀는 조용히 물었다.
“그럼 진 선생님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거죠?”
이런 긴장감이 감도는 상황에서도 문가영은 진수빈에게 여전히 부드럽게 대했다.
그녀는 그 앞에서 언제나 인내심이 많은 사람 같았다.
결국 그는 문가영에게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진수빈과 여민지는 환자 문제로 바쁘고 문가영이 들어갔을 때 문씨 가문에는 문지성만 있었다.
마치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던 듯 문지성은 한 손으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가 그녀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들어 비웃으며 말했다.
“축하해. 드디어 누명을 벗었네.”
그의 말투는 불쾌감을 주었고 문가영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오빠.”
문지성의 미소가 멈추고 차가운 표정으로 변했다.
그다음 순간 문지성의 질문이 들렸다.
“네가 먼저 분가하겠다고 했다고?”
문가영은 대답하지 않자 문지성은 다시 말했다.
“드디어 자각하고 자신이 문씨 가문의 일원이 아니라는 걸 알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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