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아현의 말이 끝나자 그녀의 눈빛엔 은근한 불쾌한 느낌이 비쳤다.
박지훈은 그녀의 설명을 듣고 난 뒤 시선을 옆에 서 있는 성유리에게로 돌렸다.
“할아버지한테... 네가 침을 놓은 거야?”
남자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의문이 섞여 있었다.
성유리는 눈을 들며 또박또박 말했다.
“지금 할아버지 상태에는... 한방 침 치료가 가장 적합해요.”
“할아버지 상태가 아직 안정되지도 않았는데? 여긴 경성에서 제일 큰 병원이야. 여기 한의학과 전문가들도 선뜻 침 못 놓겠다고 했는데... 넌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야?”
박진우가 성큼 다가오며 말끝을 세웠다.
“할아버지한테 무슨 일 생기면... 넌 감당할 수 있겠어?”
그 말에 박지훈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유리 씨, 이게... 사실이야?”
차가운 눈빛을 마주한 성유리는 전혀 주눅이 들지 않았고 그저 단호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담담히 말했다.
“맞아요.”
“확신은 있어?”
박지훈의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이어졌고 눈동자는 그녀의 눈매를 조용히 응시하고 있었다.
“백 퍼센트입니다.”
그 대답이 떨어지는 순간 박지훈의 등줄기가 미세하게 굳었다.
전날 밤, 주치의에게서 아버지 상태를 들었을 때도 병원 내 한의학과 과장조차도 감히 침을 놓지 못한다고 했다.
정영준도 채운이라는 뛰어난 여한의사를 찾지 않으면 회복이 어렵다고 했었는데...
박지훈은 성유리라는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
그녀가 의술을 한다는 사실조차 처음 알게 되었다.
“허, 정말 기가 막히네.”
박진우는 못마땅한 얼굴로 입꼬리를 비틀었다.
의사 면허증은 있었지만 박철용이 병원에 입원 중인 상황에서 병원 측에 얘기를 해봤자 허락이 나올 리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침을 놓은 것이었다.
“성유리, 근데 만약 할아버지가...”
박진우가 또다시 따지려 하자 박지훈이 먼저 말을 잘랐다.
“그만해. 유리 씨가 그렇게 말했으니까... 일단 결과 보고 판단해.”
그가 시선을 들자 어느새 박지훈은 박진우를 지나 병실 문 앞으로 가 있었다.
박진우는 끝까지 성유리를 흘겨보며 눈빛을 날렸다.
요즘 들어 작은아버지가 유리 편을 드는 일이 부쩍 많아졌다.
‘한두 번도 아니고...’
박지훈은 손을 들어 병실 문 손잡이에 살짝 손을 얹고 문을 비스듬히 열어 안을 들여다봤다.
그 틈 사이로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가슴이 부드럽게 오르내리는 걸로 봐선 의식 없이 쓰러진 게 아니라 단지 잠든 상태인 듯했다.

ความคิดเห็น
ความคิดเห็นของผู้อ่านเกี่ยวกับนิยาย: 감옥에서 핀 검은 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