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분명 박 대표님 소유 건물인데... 왜 친구의 건물이라고 말한 걸까? 그리고 시세로 보면 이 자리는 최소 월 1,000만 원은 넘게 나가는 곳인데 말이야.’
“그 친구는 부동산이 많아서 임대료엔 큰 관심이 없어. 괜찮은 사람에게 공간을 내주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거든. 병원 같은 사람을 살리는 곳이면 더 좋다고 했지.”
박지훈의 설명에 성유리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참 독특한 분이네요. 그 친구분 말이죠.”
박지훈은 별다른 반응 없이 그녀를 슬쩍 바라보았고 옆에 있던 정영준은 괜히 코끝을 만지며 시선을 살짝 피했다.
“마음에 들면 내가 계약서 준비시켜서 집으로 보내줄게.”
“그러면... 감사히 받을게요. 박 대표님.”
성유리는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
“이 집은... 제가 꼭 계약할게요.”
박지훈은 옅은 미소를 머금었고 그들은 곧 차 한 대 앞에서 작별 인사를 나눴다.
오후에 성유리는 송아림의 초등학교를 둘러볼 예정이었기에 찻집에서 곧장 헤어졌다.
차에 올라탄 박지훈은 그녀가 멀어지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시선을 거두었다.
“대표님, 왜 굳이 성유리 씨한텐 이 사실을 숨기시는 거죠? 저 건물은 원래 대표님 소유잖아요.”
운전 중이던 정영준의 조심스러운 질문에 박지훈은 조용히 손가락에 낀 반지를 굴리며 대답했다.
“내일 계약서 준비해서 성유리 씨 집으로 직접 가져가. 문서는 진원의 이름으로 정리해. 그 건물은 애초에 진원의 명의로 되어 있으니까 문제 될 건 없어.”
정영준은 순간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거기까지 말한 걸 보면 대충 감이 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겠습니다. 대표님.”
말이 끝나자 박지훈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엔 가장 가까운 친구 부진원의 이름이 떠 있었다.
전화를 받은 그는 간단히 물었다.
“무슨 일이야?”
하지만 그는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박지훈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한 채 조용히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한편, 성유리는 송아림의 입학을 위한 학교 방문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이번이 세 번째 학교였지만 수인 학교는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평판이 가장 좋은 곳이었다.
방학을 앞둔 지금이 입학 절차를 마무리하고 송아림이 학교생활을 미리 체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였다.
그녀가 학교 앞을 지나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유리, 여기서 뭐 하는 거야?”
그녀가 뒤를 돌아보자 박진우가 눈앞에 서 있었다.
그의 깊은 눈동자와 마주친 순간 성유리는 몸을 굳히고 말았다.
박진우는 그녀 앞으로 걸어와 서며 물었다.
“너도 선생님의 연락받고 강훈이 학부모 모임에 온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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