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어차피 진우 씨는 평소에 양아현한테만 전화하잖아요. 저한테 연락하는 건 늘 필요할 때뿐이었죠. 예전도 그렇게 지금도 그렇고요.”
성유리의 목소리는 싸늘하고 낮았다.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박진우가 갑자기 그녀의 어깨를 꽉 잡아 침대 위에 다시 눌러 눕혔다.
“성유리, 넌 예전부터 속이 시커멓게 꼬여 있었어. 아현이를 모함해서 감옥에 갇힌 것도 다 네 탓이지. 네가 조금만 더 순수했더라면 내가 너랑 이렇게까지 어색하게 지내진 않았을 거야...”
“뭐라고요? 지금 진우 씨는 자기 잘못을 제 탓으로 돌리는 거예요? 저 때문에 진우 씨가 잘못을 저지른 거라고요?”
“내가 뭘 잘못했는데?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래?”
박진우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갔고 차가운 기운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굳이 제가 말해야 해요? 이제 다 알고 있잖아요. 아니면 양아현 하나로는 만족이 안 돼서 이 전처인 나한테까지 손을 뻗는 거예요?”
성유리는 비웃으며 날을 세웠다.
“너한테 뭘 하려던 건 아냐.”
“그럼 왜 날 이렇게 눌러놓고 있어요?”
성유리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러자 박진우는 갑자기 그녀의 턱을 움켜잡고 무릎을 그녀의 옆에 대고 앉았다.
“잊지 마. 넌 아직 내 아내야. 남편을 만족시키는 건 아내의 의무 아닌가?”
“손 놔요.”
성유리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왜 이렇게 저항해? 밖에 딴 남자라도 생겼어?”
박진우는 손을 놓을 생각 없이 더욱 강하게 힘을 줬다.
성유리는 고개를 홱 돌려 얼굴을 그의 손에서 벗어났고 바로 그때 박진우가 그녀 위로 몸을 밀어붙이며 두 팔을 눌러 침대에 가뒀다.
무릎으로 그녀의 다리까지 제압하는 순간 성유리의 가슴 속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불안이 솟구쳤다.
“지금 당장 이 방에서 나가요. 안 나가면 저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겠어요.”
...
방문이 벌컥 열리기 직전 박지훈은 곧장 자신의 방 안으로 몸을 숨겼다.
살짝 열린 문틈 사이로 박진우가 성유리에게 쫓겨나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옷은 흐트러짐 하나 없이 멀쩡했고 시선은 자신의 손등에 꽂혀 있었다.
그 손등엔 뚜렷하게 남은 치명적인 흔적이 있었다. 바로 깊게 팬 이빨 자국이었다.
그걸 보고 있던 박지훈의 입꼬리가 조용히 올라갔다.
‘점점 흥미로워지는군.’
그는 조용히 문을 닫고 욕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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