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안 취했어요!”
성유리는 의자 팔걸이를 짚고 벌떡 일어났다.
휘청거리며 자신 쪽으로 다가오는 그녀를 본 박지훈은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
“그게 안 취한 거야?”
그의 입꼬리가 옅게 올라갔다.
“말은 참 잘해.”
“박 대표님!”
성유리는 갑자기 오른손 검지를 치켜세우며 그를 가리켰다.
“거기서 조금만 물러서세요.”
“왜? 설마 또 이쪽으로 넘어오겠다는 거야?”
“그게 아니라요... 저 진짜 안 취했단 거 보여주려고요...”
성유리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혀가 살짝 꼬인 상태였다.
박지훈이 말릴 새도 없이 그녀는 벌써 유리 난간에 손을 올렸다.
“이건 그냥 완전 취한 거잖아.”
박지훈은 반사적으로 손을 뻗어 그녀를 막으려 했지만 그의 손이 그녀 손목에 닿기도 전에 성유리는 그 손을 툭 쳐냈다.
그러고는 다음 순간 그녀는 민첩하게 다리를 들어 유리 난간을 넘어왔다.
그 광경에 박지훈은 황당한 듯 입꼬리를 씰룩였다.
‘이걸... 지금 진짜 하는 거야?’
구조 현장에 뛰어들던 모습, 환자를 살피는 모습, 불길 속으로 달려가던 모습...
그 모든 장면이 그의 머릿속에서 엇갈렸다.
‘과연 어떤 모습이 진짜 성유리일까.’
“유리 씨, 그러다 떨어져.”
그 모습을 본 박지훈의 입꼬리는 결국 천천히 올라가고 말았다.
‘맑은 정신일 땐 야무진 여자인 줄 알았는데 술에 취하면 순한 아이가 되는 이 여자... 이런 사람이 정말 누군가를 함정에 빠뜨리고 감옥까지 갔다고? 그것도 무려 3년이나?’
“유리 씨, 잠깐만. 일어나 봐. 유리 씨...”
그는 조심스럽게 몇 번 불러봤지만 그녀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번엔 절대 자기 방에 둘 수 없었다.
처음은 우연이라 둘러댈 수 있었지만 두 번째는 절대 아니었다.
박지훈은 그녀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고 베란다를 빠져나와 방 안을 지나 복도로 향했다.
그녀를 원래 방으로 데려다주려던 그때 계단 아래에서 올라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박지훈의 방은 계단과 가까워 아래를 내다볼 수 있는 구조였다.
그 순간, 눈에 들어온 사람은 바로 다시 집으로 돌아온 박진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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