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말에 성유리는 바삐 움직이던 손을 멈추고 송아림을 바라보았다.
토끼 인형에 푹 빠진 아이를 한 번 보던 그녀는 그제야 박지훈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다른 용건 있어서 보자고 했어요.”
입꼬리를 올리며 젓가락을 내려놓은 박지훈은 냅킨으로 입을 닦아낸 뒤 성유리를 마주 보았다.
행동 하나하나가 너무도 기품있어 성유리는 좀처럼 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말해봐.”
“오늘 대표님을 뵙자고 한 건 밥보다 제가 상의하고 싶은 일이 있어서예요.”
지금 성유리의 머릿속에는 낮에 박진우가 했던 말이 계속 맴돌고 있었다.
가볍다라는 그 단어가 머릿속을 헤집어 놓고 있어 크게 심호흡을 한 그녀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제 앞으로 별장 하나를 남겨주셨거든요. 그런데 그 소유권이 지금 큰어머니한테 있어요. 그걸 돌려받고 싶은데 제 능력으로는 안 되겠더라고요.”
성유리는 말을 잇는 대신 고개를 들어 박지훈을 바라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고개를 끄덕이던 그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대더니 쓰고 난 휴지를 뼈가 가득 담긴 그릇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박지훈이 여전히 말없이 테이블만 두드리자 성유리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연히 맨입으로 도와달라고는 안 해요. 조건 제시하시면 들어드릴게요.”
“유리 씨 비즈니스 잘하네. 병원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부터 거래하려고?”
“비즈니스는 잘 모르지만 인간관계는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 지 알 거든요.”
“유리 씨가 나한테 뭘 줄 수 있지?”
박지훈은 성유리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물었다.
그가 냉소를 흘리자 그 숨결이 성유리의 코끝까지 전해졌다.
그의 말을 한참 되짚어보던 성유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린 나이에 그 정도 능력을 갖추는 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 궁금해서 그래. 내 조카는 아예 모르는 것 같더라고.”
“왜 비밀로 한 거야?”
성유리를 바라보던 그가 낮은 목소리로 묻자 성유리의 속눈썹이 살짝 흔들렸다.
사실 성유리는 박진우에게 그 어떤 비밀도 만든 적이 없었다.
그저 박진우가 양아현만 바라보느라 성유리를 알아보려고도 하지 않은 것뿐이다.
그러니 그녀의 능력에 대해서 모르는 것도 당연했다.
“제가 일부러 숨긴 게 아니라 박진우가 보려고 하지도 않은 거죠. 아니면 모른 척했을 수도 있고요.”
담담히 말한 성유리가 다시 젓가락을 들고 밥을 먹자 박지훈이 한숨을 쉬며 대꾸했다.
“내 조카랑 살면서 마음고생이 심했겠네.”
“젊을 땐 다들 눈에 보이는 게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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