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진은 이가인을 보며 힘이 다 빠진 목소리로 말했다.
“가서 일 봐. 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이가인은 정승진이 이러는 게 일부러인지 아니면 정말 말도 하기 힘들 정도로 기력이 다한 건지 확신이 들지 않았다. 여기로 오기 전에 간호사들에게서 들었던 말이 있기도 하고 또 실제로 정말 많이 아파 보이기도 했으니까.
이가인은 정승진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침은 먹었냐고 묻기 위해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을 내뱉기도 전에 갑자기 병실 문이 열리고 웬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실례합니다.”
고개를 돌려보니 20대 초반쯤 돼 보이는 젊은 여성 한 명이 머리를 빼꼼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얼굴에 이가인이 기억을 더듬고 있던 그때 상대방 쪽에서 먼저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왔다.
“안녕하세요. 산부인과에서 근무하고 있는 홍예지예요.”
이가인은 산부인과라는 말에 그제야 이 여자가 바로 정승진을 열렬히 쫓아다닌다던 젊은 간호사라는 것을 알아챘다.
이가인은 뒤늦게 반응하며 똑같이 인사를 건넸다.
“아, 네. 안녕하세요. 여기는 무슨 일이에요?”
홍예지는 병실 안을 두리번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정승진 교수님은 아직 주무세요?”
이가인은 자신의 몸이 정승진의 얼굴을 가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아무 말 없이 한발 옆으로 비켜섰다.
홍예지는 정승진이 깨어있는 것을 보더니 빠르게 병상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건넸다.
“교수님, 좀 괜찮으세요?”
“네.”
정승진은 유약한 목소리로 가볍게 대꾸했다.
이가인은 홍예지가 안으로 들어올 때부터 그녀의 손에 들린 쇼핑백에 눈길을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예상대로 홍예지의 쇼핑백 안에는 정승진을 위해 준비한 도시락통이 들어있었다.
홍예지는 도시락통과 예쁘게 썰린 과일이 담긴 통을 꺼내 들며 정승진의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아직 아침 안 드셨죠? 여기 만두 좀 드셔보세요.”
“여자친구는 무슨!”
정승진은 더 이상 얘기할 힘이 없는지 그대로 털썩 누워버렸다.
홍예지는 생각지도 못한 빅뉴스에 눈을 반짝이며 이가인의 앞으로 다가갔다.
“장우진이라고 정 교수님께서 현재 데리고 있는 인턴이 바로 제 남자친구예요. 요즘 제가 정 교수님을 쫓아다닌다는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는데 그거 다 헛소문이에요. 제가 정 교수님을 끈질기게 따라다닌 건 맞지만 그건 다 제 남자친구 좀 잘 부탁해주십사 해서 그런 거예요. 교수님께서 삼진 병원으로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우진이가 엄청 좋아했거든요. 교수님 제자 하고 싶다고 하도 간절하게 얘기하길래 제가 끈질기게 따라다니며 부탁을 했죠.”
홍예지는 이가인이 뭐라 대꾸할 틈도 주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뱉어냈다.
“교수님이 여자친구분 기분 풀어주려고 유성시까지 내려온 거라는 사실은 저도 우진이도 다 알고 있어요. 물론 그 여자친구분이 수간호사님일 줄은 전혀 몰랐지만요. 아! 이 도시락은 우진이가 부탁해서 전해주는 거니까 오해하지 마세요. 도시락 안에든 만두도 우진이 어머니가 아침 일찍 쪄준 거예요.”
이가인은 아까 정승진이 멋대로 얘기한 ‘여자친구’라는 말을 바로 잡기 위해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뭐라 말을 하기도 전에 홍예지가 먼저 발걸음을 옮기며 병실 문 손잡이를 잡았다.
“그럼 두 분 얘기 나누세요. 저는 먼저 가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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