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는 다시 이가인과 정승진 둘만 남았다.
이가인은 홍예지가 떠난 쪽을 한참이나 더 바라보았다. 고개를 다시 돌리지 않는 건 정승진에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이다.
그때 정승진이 먼저 말을 걸었다.
“내가 책 잡힐 짓을 할 것 같아?”
이가인은 그제야 얼굴을 돌리며 미간을 찌푸렸다.
“헛소리는 해도 되고?”
“내가 무슨 헛소리를 해? 여자친구 찾으러 왔다고 했지 너 찾으러 왔다고는 안 했잖아.”
“날 방금 네 여자친구라고 소개해놓고?”
“그건 내가 그렇게 소개 안 하면 예지 씨가 나 좋아한다고 오해할 거잖아. 일부러 여자를 곁에 둬서 널 화나게 만들려 한다고 생각할 거잖아.”
이가인은 정확히 간파한 그의 말에 움찔했지만 이내 아무렇지도 않다는 얼굴로 되물었다.
“네가 여자를 곁에 두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인데?”
“나는 너 달래려고 온 거지 널 화나게 하려고 온 게 아니야. 내가 머리에 총 맞은 것도 아니고 이 상황에 네 앞에서 여자랑 시시덕거릴 것 같아?”
이가인은 엄혜원을 떠올리며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
‘말은 잘하지. 전적도 있는 주제에.’
정승진은 이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안다는 듯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내가 좋은 놈은 아닌 건 맞지만 너랑 엄혜원은 달라. 난 멍청한 짓을 반복하지 않아.”
이가인은 정승진의 입에서 엄혜원의 이름이 들리자 갑자기 짜증이 밀려와 얼굴을 무섭게 굳혔다.
“나랑 누구를 비교하지도 말고 선택할 상황이 와도 날 선택하지 마.”
정승진은 심장이 욱신거리고 입이 바짝 말라왔다.
“엄혜원이랑 다시 잘해볼 생각 같은 거 없어. 그러니까 애초에 선택할 일이 없겠지. 여자친구 될 사람의 집안 배경이나 학력을 안 본다는 건 진심이야. 고작 그런 것 따위에 흔들려 엄혜원을 만난 건 아니니까. 하지만 겉모습은 봐. 나도 눈이 달린 사람인데 겉모습에 끌리지 않을 수가 없잖아.”
정승진은 갑자기 입매를 아래로 내리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세상에 완벽한 사람은 없어. 그러니까 너무 내 안 좋은 점만 보고 몰아세우지 마.”
이가인은 그 말에 숨 쉴 틈도 주지 않고 되물었다.
정승진은 창백한 얼굴로 식은땀까지 흘리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날 나쁜 놈이라고 욕해도 상관없어. 하지만 널 찾아온 목적까지 왜곡하지는 마. 남자는 생각보다 더 단순해서 마음이 어디로 향하면 앞뒤 상관없이 거기로 가버려.”
이가인은 이 상황이 몹시도 못마땅했다. 결심을 흔드는 그의 말도 못마땅했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유약한 그의 모습도 못마땅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계속 자던가 아니면 일어나서 아침을 먹던가 해.”
정승진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침을 한번 삼켰다.
“가서 일 봐.”
“그래서 친구는 부를 거야?”
“간병인 알아봐 줘.”
정승진은 많이 피곤한 듯 눈을 스르르 감았다.
“일단 좀 잘게.”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가인은 가슴이 욱신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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