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인이 중요 부위에 손을 댄 것도 정승진이 못 참고 신음을 흘린 것도 다 상황상 그렇게 된 것뿐 두 사람 모두 일말의 고의성도 없었다.
하지만 그 탓에 협소한 화장실 내부의 공기가 순식간에 이상야릇하게 변했다.
정승진은 자기는 억울하다는 얼굴로 이가인을 바라보았고 이가인은 잠시 굳어있다 금세 발끈하며 먼저 말을 건넸다.
“그러게 왜 환자복을 안 입었어?”
그간 계속 이불이 덮어져 있었던 터라 이가인도 아까 그가 일어나는 걸 보고서야 바지가 환자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챘다.
정승진은 풀이 잔뜩 죽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알레르기 반응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단 말이야.”
그는 말을 하며 붕대로 감겨 있는 오른손으로 힘겹게 옷을 들쳤다. 그러자 거짓말은 아니었던 건지 환자복 때문에 살갗이 다 빨갛게 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이렇게 될 때까지 미련하게 참고만 있었어?”
“조금 가렵긴 해도 심각한 건 아니니까.”
이가인은 괜스레 마음이 아파 이를 꽉 깨물었다.
잠시의 침묵 후, 그녀는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가 아무 말도 없이 다시 손을 뻗었다.
손끝에 무언가가 닿는 느낌이 전해졌지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상황이 아니었다.
이가인은 아래에 있는 두 개의 작은 단추까지 마저 풀어준 후 곧바로 화장실을 나섰다.
30초 정도 지났을까, 물을 내리는 소리와 함께 정승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인아.”
이가인은 문을 하나 사이에 둔 채로 물었다.
“왜?”
“단추 좀 잠가줘.”
이가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정승진이 바지를 어느 정도 끌어올린 채로 가만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이가인은 별다른 고민 없이 가까이 다가가 가장 먼저 큰 단추를 잠갔다. 그리고 이어서 아래의 작은 단추까지 잠그려는데 손을 뻗자마자 뜨겁고 단단한 무언가가 천을 하나 사이에 두고 아주 정확히 만져졌다.
익숙하고도 낯선 느낌에 그녀는 고개를 번쩍 들고 정승진을 바라보았다.
이에 정승진은 어쩔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아까 네 손길이 닿아서 그래.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야.”
기존에서 감겨 있던 붕대를 천천히 떼어내자 상처가 훤히 드러났다. 손바닥 전체를 다 지나간 상처라 상당히 아파 보였다.
이가인은 생각보다 심각한 상처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 조영민이 원망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뭐? 오른손은 괜찮다고? 이게 심각한 게 아니면 뭐가 심각한 건데? 대체 왼손은 얼마나 많이 다쳤다는 거야...’
정승진은 이가인의 표정 변화를 가만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가인은 속으로 실컷 욕을 하고 나서야 그의 시선을 알아차렸다.
“적어도 일주일은 누워있어야 하니까 영민 씨를 시키든지 해서 편한 옷 좀 가져다 달라고 해.”
“네가 가져다주면 안 돼? 퇴근할 때 잠깐 들려서 잠옷만 가져다줘. 안 멀어. 여운 팰리스야.”
여운 팰리스라면 이가인의 본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둔 바로 반대편에 있는 아파트였다.
“여운 팰리스에 집이 있으면서 우리 아래 집은 왜 샀어?”
“이사하고 보니까 생각보다 멀더라고. 원래는 너희 집 바로 옆집으로 살까 했는데 그러면 네가 화낼까 봐 참았어.”
이가인은 아랫집이라면 자신이 화를 내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정승진의 말에 머리가 다 지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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