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진이 삼진 병원으로 온 지도 이제는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는 이가인이 일방적으로 거리를 두는 바람에 어떤 날에는 종일 얼굴을 보지 못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거의 한 몸이 된 것처럼 붙어 있게 되었다.
정승진은 밥을 먹을 때도, 화장실을 갈 때도 심지어는 물을 마시는 일에도 이가인을 굳이 굳이 호출했다.
다른 건 그렇다 쳐도 물 마시는 것 같은 작은 일에도 호출을 해댈 때는 아무리 이가인이라도 진심으로 짜증이 났다. 하지만 상대는 병원장부터 시작해 교수님들의 총애를 한몸에 받는 유능한 남자였기에 조용히 불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런 그녀의 고충을 눈치챈 건지 정승진은 병원장과 교수들이 회진을 올 때 대놓고 그녀를 칭찬했다.
“수간호사님이 너무 잘 챙겨주셔서 정말 조금도 불편하지 않아요. 요즘은 수간호사님 덕에 삼진 병원이 꼭 저희 집처럼 따뜻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그 말에 병원장은 병실에서 나오자마자 이가인을 찾아갔고 동료들이 다 보는 자리에서 그녀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퍼부었다.
한차례의 칭찬 폭풍이 지나간 후 동료 간호사 한 명이 이가인의 팔을 톡 치며 말했다.
“가인 씨, 아까 봤어요?”
“뭘요?”
“병원장님이 가인 씨를 보는 눈빛 말이에요. 누가 봐도 가인 씨 승진시키려는 눈빛이었잖아요.”
“잘못 본 걸 거예요.”
이가인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자 곁에 있던 다른 동료도 다가와 말을 얹었다.
“에이, 잘 못 보긴요. 나도 느꼈는데요? 승진하면 한턱 쏴요. 알겠죠?”
이가인은 대충 대화를 마무리한 후 곧바로 정승진을 찾아갔다.
“대체 병원장님 앞에서 뭐라고 한 거야?”
정승진은 그녀의 말에 태연한 얼굴로 답했다.
“몸은 좀 괜찮냐고, 불편한 건 없냐고 물어보길래 솔직하게 얘기했지. 수간호사님 덕에 아주 조금도 불편하지 않다고.”
이가인은 눈을 가늘게 뜬 채 계속해서 물었다.
“그리고?”
“수간호사님 덕에 삼진 병원이 꼭 우리 집처럼 따뜻하게 느껴진다고.”
“...그리고 또?”
“아, 계약서 얘기도 꺼내긴 했는데 그건 아직 수락 안 했어. 네가 어떻게 하나 봐야 하니까.”
이가인이 미간을 찌푸렸다.
“거기서 갑자기 내가 왜 나와?”
“너 여기서 계속 근무하는 줄 알고 덜컥 계약해 버렸다가 네가 근무지를 옮겨버리면 어떡해? 그러니까 네가 계약하면 나도 계약할 거야. 나는 너 보러 온 거니까.”
그때 주문했던 음식이 도착하고 이가인은 익숙하게 자리를 고쳐앉으며 정승진에게 음식을 먹여주었다.
이제는 그에게 밥을 먹여주는 일이 꽤 자연스러워졌고 정승진도 주는 대로 얌전히 음식을 받아먹었다.
“날이 더 어두워지기 전에 얼른 가.”
식사를 마친 후 정승진이 말했다.
“화장실은? 갈 거야?”
“응.”
이가인은 정승진의 끄덕임에 비장한 얼굴로 일회용 라텍스 장갑을 손에 꼈다. 정확히는 오른손에만 말이다.
이것에는 이유가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정승진이 하필이면 손을 다치는 바람에 볼일을 볼 때 자기 분신을 제대로 잡지 못해 손에 감은 붕대가 자꾸 더러워졌기 때문이다.
오늘만 해도 이가인은 벌써 두 번이나 붕대를 새로 갈아줘야만 했다.
그러다 세 번째가 되었을 때 도저히 못 참겠던지 그녀는 그럴 거면 아예 잡지 말라고 얘기를 했고 그 결과 붕대가 아닌 바지를 새로 갈아입혀 줘야 했다.
그렇게 이가인은 혼자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자신이 해주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다다랐고 곧바로 마트로 가 일회용 라텍스 장갑을 사들였다.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연애할 때도 한 적 없던 극 사생활적인 행위를 헤어지고 나서야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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