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인은 입을 꾹 닫은 채 아무런 대꾸도 해주지 않았다.
화가 난 건 아니었다. 굳이 말하자면 놀라움 반, 기가 막힘 반이었다. 아파 죽겠다는 사람이 아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아랫도리 하나만은 정말 너무나도 건강했으니까.
이가인은 잠시 침묵하다 이내 물건이 달린 당사자도 신경 쓰지 말라는데 왜 자신이 이렇게 어색해해야 하냐며 바지에 눈을 똑바로 고정한 채 단추를 풀려고 했다.
하지만 단추에 손이 닿기도 전에 곧 터질 것 같은 그의 물건이 먼저 손끝을 터치하며 존재감을 뽐내왔고 이에 이가인은 저도 모르게 숨을 헙 하고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제일 위에 있는 단추는 푸는 데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래의 작은 단추들은 몸 주인이 눈치 없이 흥분한 바람에 더욱 풀기 어려워졌다.
결국 단추를 푸는 과정에서 이가인의 손은 몇 번이고 그곳에 닿게 되었고 그때마다 정승진은 애써 목을 가다듬으며 몸에 힘을 주었다.
이가인은 단추를 다 푼 후 한결 편해진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엉덩이 들어.”
정승진은 순순히 엉덩이를 들었고 이가인은 바지를 쥐고 한 번에 세게 아래로 잡아당겼다.
바지를 벗기자마자 마지막 남은 천 쪼가리를 곧 뚫을 듯이 밀어내는 정승진의 분신이 바로 눈앞에 드러났다. 이에 이가인은 순간 마인드 컨트롤이고 뭐고 곧바로 눈을 피했다.
그러고는 수건을 집어 들며 몇 번이나 물에 적셨다.
1분 정도 지났을까, 이가인은 잡념이 어느 정도 정리되고서야 다시 무표정한 얼굴로 돌아와 그의 다리를 닦아주었다.
수건이 허벅지 위쪽으로 쓸어올려 지는 순간 정승진이 낮은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누나.”
이가인은 털이 쭈뼛서는 느낌에 바로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게 부르지 마.”
“뭐라고 말 좀 걸어주면 안 돼?”
정승진은 무언가를 열심히 참고 있는 듯한 얼굴로 침을 한번 삼켰다.
“할 말 없어.”
이가인은 손을 아래로 움직여 무릎 쪽을 닦아주었다.
“네가 곁에 있어 줘서 정말 다행이야. 고마워.”
“착각하지 마. 난 그냥 성실한 월급쟁이로서 채 교수님의 지시를 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뿐이니까.”
이가인은 아주 빠른 속도로 다리까지 완벽하게 닦아내고는 옆에 놓인 잠옷 바지를 들어 아래에서 위로 입혀주기 시작했다.
바지가 허벅지 정도까지 왔을 때 그녀는 차마 고개를 들지 못하고 숙인 채로 그에게 말했다.
“엉덩이 들어.”
“나 속옷은?”
이가인은 얼굴이 빨개진 채로 발끈했다.
“얼마 안 되는 연봉을 받으면서 내가 남의 속옷까지 갈아입혀 줘야 해?”
정승진은 그 말에 씩 웃었다.
이가인은 화들짝 놀라며 도둑이 제 발 저리듯 정승진에게 잡힌 손을 빠르게 뺀 후 이불을 정승진의 복부까지 끌어올렸다.
몇 초간의 정적이 지나고 정승진은 그제야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머리를 빼꼼한 사람은 다름 아닌 신입 간호사였다. 그녀는 먼저 정승진에게 인사를 건넨 후 이가인을 바라보았다.
“식당에서 연락이 왔는데 장어덮밥이 다 솔드아웃 됐다고 대신 고등어구이는 어떠냐는데요?”
이가인은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탓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래서 고개를 돌려 정승진에게 의견을 물었다.
“고등어구이 괜찮으세요? 교수님이 드실 거니까 교수님 원하시는 대로 해요.”
정승진은 그 말에 간호사를 보며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그럼 고등어구이로 할게요. 번거롭게 해서 미안해요.”
“번거롭긴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간호사가 떠난 후 이가인도 이만 가보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발걸음을 옮기려는 순간 정승진이 짧은 한숨을 내쉬며 그녀에게 말했다.
“네 마음은 알지만 나는 장어가 필요 없어. 이 이상 에너지가 넘치면 곤란하니까.”
“...”
이가인은 정승진의 머리통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아무런 대꾸도 해주지 않은 채 병실을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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