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40분 정도 지났을 무렵 드디어 문이 열리고 장윤주가 손에 봉투를 든 채 안으로 걸어들어왔다.
정승진은 가장 먼저 그녀의 뒤부터 살폈다.
“가인이는?”
정영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윤주의 손에서 봉투를 건네받았다.
“뭐 샀어?”
“아침밥이요.”
정승진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장윤주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얘기는 잘 됐어요?”
장윤주는 의자에 앉으며 이가인과의 대화 내용을 간단하게 전했다.
정승진은 그녀의 말을 듣더니 바로 미간부터 찌푸렸다.
“그게 뭐예요. 너무 티 나잖아요.”
“가인이는 똑똑한 애야. 내가 어떻게 얘기하든 걔는 내 말뜻을 다 알아챘을 거야. 사실 더 꼬아서 말을 할까도 했지만 그렇게 하면 애가 괜히 내가 너랑 자기를 갈라놓으려 한다고 생각할까 봐 안 그랬어. 똑똑한 사람들이 자주 겪는 일이지. 꼬면 꼴수록 더 깊고 안 좋은 쪽으로 파고드는 거.”
정승진은 그 말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너희 엄마가 그 애를 찾아간 건 뭔 얘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아니라 대화하는 분위기를 통해서 그 애한테 아무리 자식이라도 잘못한 건 잘못한 거라고 확실히 각인시키고 우리는 그 애를 상당히 인정하고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서야.”
정영훈은 아들을 바라보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상처받은 사람이 원하는 건 잘못한 상대방이 진심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또 뉘우치는 태도야. 즉 너희 둘이 잘 되기 위해서 나랑 네 엄마가 할 수 있는 건 그 애 편에 서서 널 실컷 욕하는 것뿐이라는 거지.”
정승진은 일리 있는 말에 다시 장윤주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화는 좀 풀린 것 같아요?”
장윤주는 그 말에 아들을 무섭게 노려보았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얘기해주지도 않고 대뜸 여자친구 달래는 걸 도와달라고 연락하면 어떡해? 아까 네 욕을 그렇게 많이 했는데도 끝까지 네 잘못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더라. 대체 무슨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길래 그렇게 순하디순해 보이는 애가 마음을 꽁꽁 닫고 있어? 만약 그 애가 내 딸이었으면 나는 네가 평생 내 딸 곁에 오지 못하도록 조치를 해뒀을 거야!”
정승진이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건 나 말고 가인이한테 직접 전해. 우리가 아무리 네 지원군이라고 해도 거기까지는 못 도와주니까.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건 시간과 공을 들여서 정성껏 달래주는 것밖에 없어. 네가 저지른 실수가 인간말종들이나 저지르는 실수가 아닌 그저 작은 실수였다고 생각하게 해.”
“안 그래도 계속 달래고 있어요.”
“달래는 것도 기술이야. 이따 가인이 만나면 웃지 말고 지금처럼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어. 가인이라면 분명히 왜 그러냐고 물을 테니까 최대한 불쌍한 얼굴로 내가 너한테 실망해서 훈계 좀 했다고 해. 그리고 네 얼굴 꼴도 보기 싫어서 내일 당장 아빠랑 이곳을 떠난다고도 하고.”
정승진은 그제야 장윤주가 가르쳐주려는 게 무엇인지 깨달았다.
한마디로 비굴한 태도를 유지하며 이가인의 동정심을 자극하라는 말이었다.
“불쌍한 척하는 거라면 자신 있어요. 그런데 엄마, 정말 내일 가게요? 아들 곁에 조금 더 있지?”
정영훈은 그 말에 그제야 복수할 기회를 찾았다는 듯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아까 불쌍해 보여서 아침밥 좀 먹여주려고 했더니 딱 잘라 거절했으면서 이제 와서 조금 더 있으라고? 됐네요. 어디 먹여줄 사람 올 때까지 계속 기다려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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