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밖의 간호사가 놀란 듯 물었다.
“정 교수님, 괜찮으세요?”
정승진은 이가인의 얼굴을 바라보며 무심하게 대답했다.
“괜찮아요.”
“오늘 조 선생님 당직인데, 불러드릴까요?”
“아니요. 그럴 필요 없어요. 무슨 일 있으세요?”
“아, 수간호사님이 여기 계신 줄 알고 찾으러 왔어요. 여기 안 계신 거죠?”
자신의 이름을 들은 이가인은 놀라서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정승진이 입꼬리를 올리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저녁 식사를 챙겨주고 들어가신 것 같아요.”
그러자 간호사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리며 말했다.
“어? 수간호사님 외투가 아직 여기에...”
이가인은 숨죽이고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정승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아, 그럼 잠시 화장실 가신 것 같네요.”
“네, 그럼 제가 찾아볼게요. 정 교수님, 정말 괜찮으신 거죠?”
“괜찮아요. 며칠 운동을 쉬었더니 소화가 잘 안되는 것 같네요.”
간호사는 그제야 정승진이 왜 이렇게 작은 목소리로 힘겹게 대답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마 지금쯤 변기에 앉아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민망해서 다급히 말했다.
“네, 정 교수님,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도움이 필요하시면 벨 누르세요.”
“네, 수고해요. 필요하면 부를 테니 제방은 따로 체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을 마친 간호사는 병실 문을 닫고 나갔고 이가인은 여전히 귀를 쫑긋 세우고 문밖의 소리에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정승진은 어느새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손을 거두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입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이가인 역시 그의 행동에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그의 머리를 쳤다.
“아!”
정승진은 그녀를 구속하고 있어야 하는 걸 완전히 잊고 있었고 그 덕에 이가인도 쉽게 손을 빼서 그의 머리를 칠 수 있었다. 정말 본능적으로 나온 동작이었기에 이가인은 힘 조절도 하지 못하고 확 내리치고 말았다.
갑작스럽게 전해지는 통증에 정승진은 인상을 찌푸리고 고개를 숙이며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정말 아파하는 그의 모습에 이가인은 자기도 모르게 괜찮은지 물을 뻔했지만, 다행히 바로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내가 왜 승진이를 달래야 하는 거지?’
이가인은 바로 굳은 표정으로 정승진 옆을 지나 화장실을 나가려 했다.
하지만 정승진은 어렵게 잡은 기회를 그냥 날려버릴 리 없었고 앞으로 반 발짝 다가가 그녀의 앞길을 막아섰다.
이가인은 좌우로 모두 시도해 봤지만, 공간이 워낙 좁아 비집고 나갈 틈조차 없었고 화난 표정으로 정승진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그때 정승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잘못했어.”
“아무나 부탁을 한다고 내가 꼭 들어줄 의무가 있는 건 아니잖아?”
그러자 아까까지만 해도 간절함으로 가득 찬 정승진의 두 눈이 경계심으로 물들었다.
“또 어느 남자가 너한테 부탁했는데?”
정승진의 목소리는 화난 것 같지 않았지만 이가인은 그가 이미 최대한 궁금한 마음을 억누르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의 강렬한 시선 공격이 다소 부담스러웠던 이가인은 시선을 돌리고 그를 밀어내며 자리를 피하려 했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힘을 써도 정승진은 제자리에 서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치 이동할 수 있는 벽이 된 것처럼 이가인이 왼쪽으로 가면 정승진도 따라서 왼쪽으로, 이가인이 오른쪽으로 가려고 하면 정승진도 따라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며 그녀의 길을 막았다.
두 번쯤 좌우를 반복하다가, 이가인이 다시 고개를 들어 정승진을 노려봤다.
그러자 정승진은 이가인이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의 말을 예상했다는 듯 말했다.
“어떻게 하려는 거 아니야. 난 그냥 가인이 네가 좋아. 너무 좋아서 항상 보고 싶고, 잡고 싶고, 키스하고 싶고...”
그의 말에 이가인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끊었다.
“정승진!”
정승진은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5초 정도가 지난 후 계속 말했다.
“너랑 화해하고 싶어.”
순간 이가인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자신이 이상한 생각을 한 게 자기도 모르게 부끄러워졌다.
“너랑 자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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