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인은 정승진의 직설적인 말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정승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 말했다.
“더 물어보고 싶은 거 있으면 물어봐. 너한테는 다 얘기할 수 있어.”
하지만 이가인은 더는 아무것도 물을 용기가 없었다. 무슨 말이든 정승진은 늘 그녀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대답으로 사람을 당황하게 만드니 말이다.
좁은 공간 속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바라보다가 정승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가인아...”
정승진의 중저음 목소리가 들려오자 이가인은 몸이 스르르 풀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이게 그의 수작인 걸 잘 알고 있었다. 이가인은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며 말했다.
“비켜. 집에 갈 거야.”
정승진은 그녀의 말에 대답하지도, 몸을 움직이지도 않았다.
그리고 이가인 역시 함부로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릴 때마다, 정승진의 펑퍼짐한 바지 사이를 뚫고 나올 듯 높이 격앙된 그의 분신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가인은 애써 그를 외면한 채 다시 한번 재촉하듯 말했다.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얼른 비켜.”
사실 정승진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었을 뿐인데 말이다.
이가인도 그런 정승진의 뜨거운 시선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정승진이 여기서 함부로 할까 봐 겁이 나기도 했고, 또 그가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까 봐 겁이 나기도 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서야 정승진이 입을 열었다.
“나가게 할 테니까 화내지 마. 내일도 나 피해 다니면 안 돼.”
정승진의 말을 들은 이가인은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정승진은 오히려 나쁘지 않다는 듯 계속 말했다.
“싫으면 말고. 그럼 그냥 여기 있어. 나는 여기서 너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좋으니까.”
이가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하듯 말했다.
“비켜.”
“이제 화 풀린 거지?”
“응.”
“내일 나 피하면 안 돼. 모레도, 글피도, 앞으로 다시는 나 피하지 마.”
“응!”
이가인은 귀찮다는 듯 대답했지만, 대답하고 나니 뭔가 이상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정승진의 말에 말려버린 것 같았다.
하지만 이미 얘기가 끝났고 정승진도 약속한 것처럼 몸을 옆으로 돌려 이가인이 지나갈 자리를 내주었다.
이가인은 정승진과 세면대 속 비좁은 공간을 통과하고 화장실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병실 밖으로 나가려 할 때, 뒤에서 정승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인아, 유치침 좀 뽑아줘.”
정승진이 침대에 앉자 이가인은 다가와 그의 소매를 걷어 올리고 유치침을 확인했다. 예상했던 것처럼 너무 격렬한 행동으로 인해 유치침 안에 피가 고여있었다.
이가인이 인상을 쓰자 정승진이 괜찮다는 듯 말했다.
“하나도 안 아파.”
그러자 이가인은 이 상황이 맘에 들지 않는 듯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아직 덜 아픈 거지.”
정승진은 아무렇지 않은 듯 계속 말했다.
“손이 아픈 거지 아래가 아픈 건 아니니까.”
정승진의 아프다는 말에 이가인이 바로 되물었다.
그리고 한참을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
“통증이 언제까지 지속하는데?”
“상처가 난 처음 며칠은 통증이 심한데 점점 괜찮아 질 거야. 그리고 신경통은 상처 통증이 사라지고 나서 다시 관찰해야 해.”
이가인도 신경통 때문에 진통제 없이는 잠자리에 들지조차 못하는 환자를 여럿 봤었다. 환자들 대부분이 통증 때문에 신경은 점점 날카로워지고 온종일 날이 서 있었다.
이가인은 고개를 들어 정승진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 지경이 되었는데 좀 가만히 있으면 안 돼?”
이가인의 말에 정승진은 놀란 척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가인아, 너 너무 무서워.”
이가인은 일부러 정승진 부모님 얘기를 꺼내며 어색한 듯 말했다.
“승진아, 부모님이 너를 얼마나 걱정하고 아끼는지 몰라?”
그러자 정승진이 고개를 들어 이가인의 두 눈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럼 가인이 너는?”
사실 이런 질문에 가장 모질게 대답하려면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고 대답했어야 한다.
하지만 이가인은 도무지 그렇게 심한 말을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쌤통이라는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이가인의 머릿속에는 이렇게 두 가지 대답밖에 생각나지 않았고 모두 차마 하지 못하는 말들이었다. 그래서 어떤 대답을 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정승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승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심한 말조차 하지 못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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