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인의 신음 소리는 밀폐된 공간 안에 갇혀 오직 정승진만이 들을 수 있었다.
그의 얼굴에서 떨어진 땀이 그녀의 얼굴에 스며들었고 얽힌 호흡 소리도 아래에서 울리는 물소리를 가릴 수 없었다.
두 사람 모두 땀에 흠뻑 젖어 있었다.
정승진이 그녀의 다리를 들어 올리려 할 때마다 손이 미끄러질 정도였다.
이가인은 몇 번이나 이 두터운 이불 아래에서 질식할 것 같았지만 목구멍에서 터져 나오는 거친 소리는 여전히 그녀가 살아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정승진은 완전히 굶주린 상태였기에 처음부터 끝까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오른손으로 이가인의 허리를 움켜쥐고 힘껏 눌러 내리며 마치 스스로를 더 깊이 밀어 넣지 못해 안달이 난 듯한 모습이었다.
이가인은 그의 팔을 움켜쥔 채 쾌락 속에서 한편으로는 안도했다.
드디어 끝났다.
정승진은 마지막까지 밀어 넣으려 했지만 더 이상 들어갈 공간이 없었다.
결국, 잔뜩 긴장했던 몸을 서서히 풀며 그는 거친 숨을 내쉬고 이가인의 얼굴 옆으로 머리를 떨궜다.
하지만 이가인은 아직도 잔뜩 경직되어 있었다.
비록 ‘오랜 친구’가 무기를 내려놨다 해도 여전히 그녀의 영역 안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도 정승진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가인은 답답해진 나머지 이불을 확 젖혔다.
싸늘한 공기가 폐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마치 오랫동안 말라 있던 물고기가 다시 물속으로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잠시 숨을 돌린 후, 이가인은 가볍게 밀어 올렸다.
“일어나.”
그 순간, 정승진이 움찔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의 ‘오랜 친구’가 먼저 반응했다.
이가인은 이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몸을 굳혔다.
그렇게 긴장하자 온몸이 더욱 조여졌고 ‘오랜 친구’는 반가운 듯 한 번 더 튀어 올랐다.
이가인은 깜짝 놀라 무릎으로 그의 아랫배를 밀며 말했다.
“빼.”
하지만 정승진은 나올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몸을 앞으로 밀어 넣으며 더욱 깊이 들어갔다.
하여 이가인은 그만 신음 소리를 내고 말았다.
정승진은 그녀의 귓가에서 애원하듯 속삭였다.
“한 번만 더.”
이가인은 고개를 돌려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그러나 정승진은 다시 그녀의 목덜미를 쫓아 입술을 가져갔다.
“딱 한 번만.”
열기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태였다.
이가인의 정신력은 그리 강한 편이 아니었고 제대로 된 거절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는 손으로 그를 밀어내려 했다.
그러자 정승진이 그녀의 얼굴을 돌려 진하게 키스했고 이가인은 반사적으로 그의 손을 움켜쥐었다.
“씁...”
그제야 깨달았다. 그녀가 잡고 있던 건 정승진의 다친 왼손이었다.
서둘러 손에 힘을 풀며 그녀는 물었다.
“괜찮아?”
정승진은 깊게 숨을 들이마신 뒤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네가 한 번만 더 올라타 주면 안 아플 것 같아.”
이가인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동시에 화가 치밀었다.
정승진은 그녀에게서 떨어질 생각이 없었다.
때문에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었고 대략적인 감으로만 짐작할 뿐이었다.
확실한 건 두 번째는 첫 번째보다 세 배는 길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빨리 끝내라고 재촉했다.
그다음에는 화를 냈다.
결국에는 애원하기 시작했다.
그제야 정승진이 속도를 올려 마무리했다.
이가인이 가장 먼저 한 일은 핸드폰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밤 8시 43분.
정승진이 뒤에서 그녀를 감싸 안으며 낮게 속삭였다.
“아직 이른데.”
이가인은 초조했다.
시간만 보면 그리 늦은 것 같진 않았지만 둘이 집을 나설 때만 해도 6시가 채 되지 않았었다.
급히 옷을 챙겨 입고 나가려 하자 정승진이 말했다.
“그럴 거 없어. 씻고 같이 가줄게.”
“넌 왜 따라와?”
“아주머니께 정식으로 사과하고 솔직하게 말씀드려야지. 네가 창피해서 말 못 하겠으면 내가 대신 말해 줄게.”
“너 너무 어림짐작한 거 아니야? 누가 너랑 다시 사귄대?”
“...그럼 지금 우리 뭐야?”
정승진이 몇 초 동안 멍해졌다.
이가인은 침대 밑에 떨어진 속옷을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그에게 등을 돌린 채 입으면서 태연하게 말했다.
“밤을 같이 보낸 것도 아니니까 하룻밤 관계는 아냐. 기껏해야 섹파 정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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