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초, 이가인은 한가로운 오후에 황선아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을 받았다.
“가인 씨, 나 결혼해.”
이가인은 뜻밖의 좋은 소식에 환하게 웃었다.
“축하해. 연애한 지 햇수로 5년 되면 반드시 결혼할 거라고 하더니 정말 그렇게 됐네? 올해로 딱 5년 차 맞지?”
“그건 전 남자친구고 결혼할 신랑은 새 남자친구. 가인 씨랑은 일면식 없는 사람이야.”
이가인은 서둘러 사과했다.
“어머, 미안해...”
황선아는 이에 하하 웃었다.
“됐어. 미안하긴 뭘. 지금 남자친구랑은 만난 지 반년 정도 됐어.”
‘반년 전이라면...’
반년 전이라면 그녀가 혜임을 떠난 지 얼마 안 됐을 시기였다. 당시 황선아의 남자친구는 그녀의 대학교 첫사랑이었다.
“어떻게 된 거야? 얘기해줄 수 있어?”
“그럼. 나랑 조진형이 왜 헤어졌는지 궁금한 거지? 가인 씨도 내가 전에 얘기해줘서 아마 알고 있을 거야. 나랑 조진형이 구정 때마다 항상 서로의 집에 인사드리러 간다는 거.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조진형이 구정 하루 전에 갑자기 나한테 이번에는 우리 집으로 못 오겠다고 하는 거야. 뭐, 상관없었어. 걔가 못 오면 내가 가면 되니까. 그런데 조진형네 집까지 찾아가 보니까 글쎄 소개팅을 하고 있는 게 아니겠어? 그것도 걔네 집 바로 아래에 있는 카페에서? 나한테 딱 걸린 거지.”
이가인은 욕설을 퍼부으려다가 꾹 참으며 차분하게 말했다.
“차라리 잘 됐어. 결혼 얘기 나오기 전에 쓰레기인 거 알게 됐잖아.”
“응. 그날 내가 열이 받아서 엄청 화를 내니까 조진형이 그게 아니었다고 자기도 어쩔 수 없었다면서 막 비는 거야. 솔직히 너무 진심처럼 빌길래 한번 용서해줄까도 생각했거든? 그런데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나잖아. 그리고 그때 마침 가인 씨 생각나는 거 있지. 가인 씨는 스펙 좋고 실력 좋은 남자들도 가차 없이 버렸는데 나는 왜 이딴 능력도 얼마 안 되고 나 몰래 소개팅이나 하는 놈 사정을 봐줘야 하나 싶더라고. 그래서 더 고민할 거 없이 전화로 이별 통보했어.”
“깜짝이야. 내 이름이 왜 나오나 했네.”
“가인 씨는 내 롤모델이야. 가인 씨 덕분에 여자는 자존감을 던져가면서까지 남자한테 매달릴 필요 없다는 거 제대로 배웠어.”
“선아 씨가 지금 행복하다고 느끼면 나는 상대가 누구든 응원해줄 거야.”
이가인의 말에 황선아는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을 느꼈다.
“고마워. 나 10월 2일에 결혼하는데 그때 오진시로 와줄 수 있어?”
“오진시에서 하려고?”
“응, 남편이 오진시 토박이거든. 그리고 혜임 병원 의사야. 나도 남편도 지인이 오진시에 있는 지인이 많아서 여기서 하려고. 그때 시간 괜찮아?”
“응, 괜찮아. 참석할게.”
황선아는 그 말에 환하게 웃었다.
“다행이다. 가인 씨 참석 못 하면 어쩌나 얼마나 걱정했는데.”
“10월 1일부터 삼일 정도 휴가 쓸 예정이었어서 시간 충분해.”
“둘이 친해? 갑자기 웬 매형?”
이가인의 질문에 이가훈은 잠시 뜸을 들이다 우물쭈물하며 대답했다.
“사실은... 매형이 나한테 꽤 많은 물질 공세를 했어. 누나한테는 절대 말하지 말라고 했는데 그래도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이가인은 그 말에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이제껏 정승진이 줬던 것들을 빠짐없이 다 말하라고 했다.
이에 이가훈은 눈치를 보며 최신 휴대폰과 노트북 같은 값비싼 전자기기들을 시작해 농구선수 사인이 새겨진 농구공과 운동화 같은 쉽게 구할 수 없는 것들까지 낱낱이 다 털어놓았다.
“전자기기들은 바로 거절했어. 그런데 농구공이랑 운동화 같은 것들은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어서...”
이가인은 잠시 침묵하다 다시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알았어. 밥 먹어.”
“누나가 원하면 내일이라도 당장 받았던 것들을 전부 다 돌려보낼게. 그리고 앞으로도...”
“정승진 앞에서 매형이라고 부르지 마. 금세 기고만장해지니까.”
“누나... 나는 매형이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엄마도 나랑 통화할 때마다 계속 매형 칭찬만 했고. 누나, 잘못한 거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뉘우치는 사람은 얼마 없어. 그러니까 너무 그렇게 구박하지 마.”
이가인은 동생의 말에 기가 막혔다. 정승진이 주연진을 자기편으로 만드는 것까지는 그렇다 했지만 설마 쥐도 새도 모르게 이가훈까지 구워삶았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만약 아버지가 살아계셨으면 아마 온 집안이 다 정승진에게 홀라당 넘어갔을 것이라며 이가인은 어이가 없음에 연신 헛웃음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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