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전.
집으로 돌아온 고현우를 가장 먼저 반긴 건 아무렇게나 벗어 던져져 있는 하이힐이었다.
거실 쪽으로 걸어가 보니 소파와 탁자 위는 이미 여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옷들과 속옷, 그리고 화장품들로 잔뜩 널브러져 있었다.
고현우는 그 광경에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이내 위층으로 향했다.
계단을 오르는 소리가 들렸던 건지 강수진이 침대에 널브러진 채로 머리만 살짝 들고 그에게 물었다.
“왔어? 왜 이제 와? 어디 있었어?”
고현우는 결벽증이 심한 편이라 협탁 위에 놓인 재떨이를 보더니 바로 얼굴을 굳혔다.
이가인이 집에 와있었을 때는 한번도 이렇게 난장판이었던 적이 없었다.
“오늘 바쁘다며? 갑자기 여기는 왜 왔어?”
고현우가 대답하지 않고 그녀에게 되물었다.
“너 보고 싶어서 왔지. 그보다 넌 어디 있었어?”
“병원.”
“오늘 낮 근무 아니야?”
“급하게 수술이 잡혔어.”
강수진은 침대에서 일어나더니 가슴골이 다 보이는 슬립 잠옷을 입은 채로 다가와 고현우의 목에 팔을 둘렀다. 그러고는 발꿈치를 살짝 들고 그에게 입술을 가까이했다.
하지만 막 입술이 닿으려는 순간 고현우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녀에게서 지독한 담배 냄새가 났기 때문이었다.
“나 피곤해.”
그러자 강수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
“왜 나 거부해?”
“피곤하다고 했잖아.”
강수진은 피곤하다는 그의 말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며 그의 셔츠를 벗기고 이내 바지 벨트까지 풀었다. 하지만 막 바지까지 벗기려고 하던 그때 고현우가 미간을 찌푸린 채로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강수진, 내 말 안 들려?”
“나 방금 혜임에서 오는 길이야. 너 병원에 없었잖아. 왜 거짓말해? 말해. 누구 만나고 온 거야? 어디 갔었어?”
그녀의 말에 고현우가 표정을 굳혔다.
“너 내 뒷조사해?”
그러자 강수진이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헛웃음을 쳤다.
“역시 병원에 없었구나.”
그저 한번 떠본 말이었는데 고현우는 아주 쉽게 걸려들었다.
고현우는 그게 더 기분이 나쁜지 강수진의 손목을 뿌리치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강수진은 슬리퍼도 안 신고 그를 쫓아갔다.
“어디 갔었냐고!”
그 말에 고현우가 미간을 사정없이 찌푸렸다.
“배신당했다는 표정 짓지 마. 상처는 내가 더 많이 받았으니까. 나는 단 한 번도 너한테 1순위였던 적이 없었어. 어릴 때도 정승진이 너 안 봐주니까 나한테 왔던 거잖아. 내가 이제껏 너한테 못 해준 게 대체 뭐야? 네가 아이돌 해야 한다고 연애하는 거 비밀로 하자고 했을 때도 그렇게 했고 네가 카르완에서 3년이나 연습생 생활을 했을 때도 너 보려고 매주 금요일마다 비행기 타고 너 보러 갔잖아. 그 바쁜 3년간 300번도 넘게 널 위해 왔다 갔다 했다고! 어디 그것뿐이야? 귀국해서 나랑 결혼하겠다고 했다가 귀국해서는 갑자기 배우로 전향한다며 또 4년이나 날 혼자 버려둔 것도 참고 기다렸어. 만약 네가 한동하 그 새끼랑 붙어먹었다는 소문을 듣지 못했으면 난 그 뒤로도 여전히 머저리처럼 네가 돌아와 나랑 결혼해줄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겠지!”
강수진은 고현우의 분노에 조금 당황한 건지 얼른 앞으로 다가가 그의 손을 잡았다.
“나 용서해 준다고 했잖아. 그리고 지난 일은 우리 그만 얘기하자. 나는...”
고현우가 신경질적으로 그녀에게 잡힌 손을 뺐다.
“강수진, 나 이제 지쳤어. 그러니까 우리 그만하자.”
“뭘 그만해?”
강수진이 불안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난 그냥 너와 사랑했던 때가 그리웠던 거지 네가 그리웠던 건 아닌 것 같다. 이제 더는 과거에 얽매이고 싶지 않아. 우린 진작 이 관계를 끝냈어야 했어. 그러니까 헤어지자. 이틀간 집 비워둘 테니까 사람 불러서 네 물건 정리해.”
고현우는 말을 마친 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섰다.
그와 강수진은 어릴 때부터 사랑을 키워왔고 십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헤어지고 다시 합치기를 반복하고 또 반복했다.
매번 헤어질 때마다 가슴이 찢겨나갈 듯이 아팠는데 왜인지 지금은 오히려 통쾌하고 후련했다.
사랑이라고 생각해 애지중지했던 것이 실은 사랑이라는 껍데기만 뒤집어쓴 쓰레기였다는 걸 인지하고 나니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고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지 확실히 보였다.
이가인은 강수진과 달리 깨끗하고 또 다정하고 한 사람만 바라보는 여자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그를 아주 오랜 시간 짝사랑해왔다는 것이었다.
고현우는 그 생각에 당장 그녀가 보고 싶어 차를 타고 이가인의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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