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은 이가인이 사무실 안에 들어서자마자 매의 눈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이가인은 166cm 되는 보기 좋은 키에 백옥같은 흰 피부, 그리고 누가 봐도 인상 좋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정도면 일반인이 생각하는 미인의 범주에는 충분히 드는 얼굴이었지만 강수진에게는 아니었다. 그녀는 그간 연예계에 몸을 담으며 청순한 얼굴부터 화려하고 섹시한 얼굴까지 너무나도 많은 미인을 봤었으니까.
그래서 그녀는 스캔이 끝나자마자 ‘고현우가 그간 자극적인 나랑만 있어서 잠깐 순한 맛으로 갈아탄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강수진은 살짝 턱을 치켜 올리며 이가인을 바라보았다.
“네가 먼저 꼬신 거야 아니면 현우가 먼저 널 꼬신 거야?”
이가인은 이에 아주 차분한 말투로 답했다.
“나나 고현우나 뭐 대단한 부자도 아닌데 서로 꼬시고 말고 할 게 있을까요?”
강수진은 이에 이가인이 얌전한 외모와 달리 절대 만만한 여자는 아니라는 것을 눈치채고 바로 소리를 높였다.
“일개 간호사 주제에 남의 남자 빼앗아 놓고 뭐가 이렇게 당당하지? 일자리라도 잃어봐야 정신을 차리겠어?!”
“강수진, 내가 목소리 낮추라고 분명히...!”
“고현우가 그쪽한테 뭐라고 얘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한테 사귀자고 했을 때 고현우는 확실히 솔로였고 난 그쪽이 고현우를 찾아온 뒤로 바로 헤어지자고 했어요. 그리고 실제로 헤어졌고요.”
이가인이 고현우의 말을 끊으며 계속해서 차분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강수진이 그녀의 말을 믿을 리가 만무했다.
“웃기고 있네. 헤어졌는데 왜 아직도 같이 야간 근무를 해? 왜 현우가 집에도 안 들어오고 네 옆에만 있냐고!”
“강수진, 그만하고 집에 가서 얘기해!”
고현우가 강수진의 팔을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강수진이 더더욱 목청을 높이며 말했다.
“뭘 그만해! 너희 둘이 침대에서 홀딱 벗고 뒹구는 영상이라도 찍어와야 순순히 인정할래?!”
말이 끝나자마자 컵 하나 정도 양의 물이 강수진의 얼굴에 뿌려졌다.
이에 고현우가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니 이가인이 손에 빈 컵을 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가인은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는 강수진의 얼굴을 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너 나 알아? 입에 걸레를 문 것도 아니고 예의 안 갖춰? 그리고 확실히 말하는데 네가 누구든 지금 고현우와 어떤 관계든 난 너한테 잘못한 거 없어. 네 눈치 봐야 할 이유 없다고. 알아들어?”
강수진은 요즘처럼 마음이 초조하고 혼란스러웠던 적이 또 없었다.
고현우는 늘 그녀의 것이었다. 연인이었을 때든 연인이 아니었을 때든 그는 항상 그녀의 것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싸워도 늘 마지막에는 그녀의 곁으로 돌아오던 고현우가 이번에는 무슨 심경의 변화가 일었는지 그녀에게 단호하게 헤어지자고 한 것도 모자라 그녀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뻔히 알면서도 끝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강수진은 고현우가 숨겨놓은 여자의 실마리를 찾으려고 그의 집을 한바탕 뒤졌다. 그러다 드디어 고현우에게는 필요 없는 간호학책을 한 권 찾아냈고 그로 인해 그 여자가 간호사라는 것도 알아냈다.
말 그대로 등잔 밑이 어두웠던 것이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강수진은 눈을 부릅뜨더니 이가인에게로 달려들었다.
그러자 고현우가 재빨리 그런 그녀를 막아서며 이가인에게 외쳤다.
“내가 잡고 있을 때 빨리 나가!”
하지만 이가인은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래, 차라리 네가 한번 말해봐. 너희 둘 사이에 지금 내가 거론되는 이 상황이 맞는 상황인지 아닌지.”
강수진은 분노와 원한이 가득 찬 눈빛으로 고현우와 이가인을 번갈아 보았다.
이가인은 서로서로 누가 목청이 더 큰지 자랑하는 듯한 두 사람을 보며 지금쯤 구경꾼들 사이에서 어떤 대화가 오가고 있을지 듣지 않아도 상상이 됐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나면 안 된다.
만약 여기서 제대로 관계 정리를 하지 않으면 그녀는 둘 사이에 끼어든 ‘나쁜 년’이 된 채로 얼렁뚱땅 상황이 끝이 나게 된다.
이가인은 이 생각에 차가운 눈빛으로 고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고현우, 내가 너희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든 적이 있는지 네가 직접 네 입으로 똑바로 말해.”
고현우는 따스함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안 보이는 이가인의 차가운 눈빛에 문득 그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네가 정승진을 고를 생각이라면 나는...’
그는 갑자기 뭔가 결심한 듯 앞으로 걸어가더니 사무실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문 앞에는 아무도 없었지만 코너 쪽을 보면 사람들의 그림자가 한가득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이가인은 갑자기 문을 열어젖히는 그를 보며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아니나 다를까 그녀의 예감은 적중했고 바로 2초 뒤에 고현우의 입에서 이런 말이 흘러나왔다.
“내가 사랑하는 여자는 이가인이야. 내가 이가인한테 사귀자고 한 건 너와 완전히 헤어진 뒤였어. 그리고 지금껏 이가인과 내 사이를 공개하지 않은 건 사람들이 알게 되는 게 무서워서거나 양다리 걸치는 중이라서가 아닌 서로 일하는데 영향이 갈까 봐서였어. 확실하게 얘기했으니 이제 두 번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
그 말에 강수진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그리고 강수진 못지않게 이가인의 표정도 좋지 않았다. 고현우의 말이 끝이 나고 오해가 될 만한 얘기를 정정하려는 찰나 갑자기 밖에서 웬 여자간호사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르는 게 들렸기 때문이다.
“정승진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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