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인은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다. 정승진이 깨어난 뒤 연락하겠다고 했지만 그럼에도 이가인은 잘 자지 못했다.
고현우가 많은 상처를 남겼기에 이가인은 저도 모르게 부정적인 생각을 했다.
마치 지금처럼, 정승진 쪽은 아직 아무런 징조도 없는데 이가인은 벌써 어떻게 헤어져야 잘 관계를 정리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었다.
잠을 얕게 잔 탓에 문밖에서 비밀번호 첫 번째 숫자를 누르는 소리가 들리자마자 이가인은 바로 눈을 떴다.
두 번째 숫자, 세 번째 숫자... 이가인은 나쁜 사람일까 봐 바짝 경계했다.
여섯 개의 숫자 모두 맞았다. 문이 철컥 소리와 함께 열렸다.
정승진은 전등을 켜지 않고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신었고, 이가인은 잠옷을 입은 채 침실에서 나왔다.
새벽 다섯 시, 서서히 날이 밝기 시작했지만 커튼이 쳐져 있어서 집안은 아주 어두웠다. 두 사람은 3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시선이 마주쳤다.
이가인이 말했다.
“벌써 왔어?”
정승진이 대답했다.
“네가 보고 싶어서.”
이가인은 정승진에게로 달려갔고 정승진은 그녀를 품에 안았다. 입을 맞추지는 않았다. 인간의 가장 원시적인 스킨십인 포옹으로 심장과 심장을 가까이 가져다 댈 뿐이었다.
정승진에게서 술 냄새가 났다. 이가인은 뒤늦게 그의 뒤에 있는 캐리어를 발견했다.
정승진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기서 오래 지내도 돼?”
이가인은 캐리어까지 끌고 왔으면서 그런 질문을 하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는 않았다. 그녀는 입도 크게 벌리지 않고 대답했다.
“응.”
정승진은 샤워를 한 뒤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두 사람은 침대에 누웠고 정승진은 이가인을 안았다. 이내 정승진은 호흡이 아주 깊어지더니 잠이 들었다.
이가인은 정승진이 집으로 들어왔을 때 입고 있었던 옷을 보았다. 외출할 때와 똑같은 옷이었고 몸에는 술 냄새만 있을 뿐 향수나 다른 냄새는 나지 않았다.
정승진은 아마 나가서 친구들과 술을 마셨을 것이고 술을 많이 마셔서 집으로 돌아갔을 것이다. 그리고 그가 말한 것처럼 그녀가 보고 싶어서 돌아왔을 것이다.
그녀가 괜한 생각을 했을 것이다.
자신의 허리에 둘린 정승진의 손을 잡은 이가인은 눈을 감으며 긴장을 풀었다.
...
일주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정승진과 이가인은 함께 출근했다. 심야 근무가 아니라 비심야 근무였다.
이틀 전 과장이 정승진에게 연락해서 비심야 근무로 일하는 건 어떠냐고 물었다. 많은 수술이 낮에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정승진이 말했다.
“가인 씨랑 얘기 나눠볼게요.”
당시 이가인은 바로 곁에 있었다. 갑자기 자신의 이름을 듣게 된 이가인은 뜻밖이라고 생각했다.
정승진이 전화를 끊은 뒤 그녀에게 과장이 한 말을 전달했을 때 이가인은 본능적으로 말했다.
“왜 나랑 얘기 나눠본다고 한 거야? 의사답지 않은 언사였잖아.”
정승진이 말했다.
“너랑 의논해야 할 일이 맞으니까. 만약 너도 계속 심야 근무를 할 생각이라면 나도 심야 근무를 할래. 하루 종일 얼굴도 못 보면 어떡해.”
이가인은 화가 났다. 과장이 그녀를 어떻게 생각할지 몰랐다. 멀쩡하던 정승진이 그녀 때문에 달라졌으니 말이다.
“먼저 가.”
정승진이 말했다.
“네가 먼저 가.”
“이런 것도 사양한다고?”
정승진이 키를 들었다.
“차 문은 내가 잠가야지.”
“그렇네.”
이가인은 쑥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서둘러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렸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정형외과 동료들이 왔다. 그들은 이가인과 인사를 나눴고 이가인은 그들과 대화를 나눴다.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가인 선생님.”
이가인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승진은 차에 앉아 있었다. 그는 창문을 내리더니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는 듯이 말했다.
“저 11시쯤에 수술 끝나거든요. 점심에 같이 밥 먹어요.”
이가인 곁에는 간호사 세 명과 전문의 두 명이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순간 다들 먼저 정승진에게 인사를 건네야 할지, 아니면 정승진이 가인 선생님이라고 부른 것처럼 이가인의 호칭을 수정해야 할지를 고민했다. 어쩐지 앞으로는 이가인을 가인 씨가 아니라 이 선생님이라고 불러야 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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