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승진은 문 안쪽에 서 있는 이가인을 바라보았다. 이가인이 그곳에 얼마나 서 있었는지, 무엇을 얼마나 들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가인의 안색은 평소와 다름없었다. 안색이 나쁜 건 아니었다.
그녀는 그저 그곳에 가만히 서서 정승진을 바라볼 뿐이었다. 기쁘지도, 슬프지도 않은 표정이었다. 아무런 파문이 없었다.
그러나 정승진은 마음이 난도질당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가 이가인의 눈빛에서 보이는 건 분노가 아니라 낯섦이었기 때문이다.
시선이 마주치고 몇 초가 지났을까, 정승진은 본능적으로 앞으로 걸음을 내디디면서 입을 열려고 했다.
그러나 이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볼일 있으면 먼저 가봐. 위에는 내가 얘기할게.”
이가인이 담담할수록 정승진은 더 마음이 아팠다.
그는 손을 뻗어 이가인을 잡으려고 했다.
“우리 집으로 가서...”
이가인은 그의 손길을 피하기 위해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순간 미처 감추지 못한 그녀의 눈빛에서 혐오가 보였다.
정승진은 헛손질을 하게 되자 마음이 쿵 내려앉았다. 입을 열려는데 염혜원이 다가왔다.
그녀가 이가인에게 얘기했다.
“미안해요. 폐를 끼칠 생각은 아니었어요.”
정승진은 굳은 표정으로 낮게 말했다.
“가. 우리 둘에게서 멀리 떨어져.”
염혜원은 정말로 이가인에게 들키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지난 3, 4개월 동안 기회가 수도 없이 많았음에도 시도하지 않은 것이었다.
정승진은 흰자위까지 빨개졌다. 그녀는 정승진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분노라기 보다는 불안인 듯했다.
그는 뭘 불안해하는 걸까?
이가인이 진실을 알까 봐?
아니면 이가인이 소란을 벌여서 다른 사람도 이 일을 알게 되어 체면을 구기게 될까 봐?
아니면...
염혜원은 눈물을 참으면서 자리를 떴다.
이가인이 입을 열었다.
“너도 같이 가.”
정승진은 미간을 찡그렸다.
“시간을 줘. 내가 다 설명할게.”
이가인도 그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었다. 잠깐 망설이던 그녀는 걸음을 옮겨 안으로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 이가인과 정승진은 겨우 몇 분 나갔던 것뿐이다. 아무도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했다.
이가인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굴었지만 속으로는 웃음이 났다.
예전에 그녀는 고현우를 앞뒤가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실 정승진, 염혜원, 그녀까지 전부 가식덩어리였다.
정승진은 앞뒤만 다를 뿐만 아니라 속에도 많은 걸 감추고 있었다.
누군가 웃긴 얘기를 했고 사람들은 전부 웃었다. 오직 이가인만이 눈물을 훔칠 뿐이었다.
“가인 씨 너무 웃겨서 울잖아요.”
이가인은 눈을 감으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그녀는 계속 눈물을 닦았다. 눈물이 자꾸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정승진이 티슈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고 사람들은 장난을 쳤다.
“정 교수님, 적당히 하세요. 다들 뭐라는지 아세요? 정 교수님과 가인 씨가 연애하는 걸 보니 눈이 높아져서 연애하기도 어려워졌다고, 연애를 하는 사람들은 상대를 차버리고 싶다고 한다고요.”
정승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가인은 눈을 뜨더니 웃으면서 말했다.
“만약 내가 정승진 씨를 주겠다고 한다면 가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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