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계는 학벌과 경력을 특히 중요하게 여긴다. 대학교는 어디에서 나왔는지, 석사와 박사를 어디서 했고 또 어떤 교수님 밑에서 공부했는지가 추후 정승진과 연봉 인상의 전제 조건이 된다.
하지만 졸업한 학교가 그리 뛰어나지 않거나 공부할 때 따른 교수님이 평범하다면 승진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어쩌면 의사가 아닌 다른 일을 선택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의학계는 주변 환경이나 사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정승진의 경력은 그야말로 정형외과 의사들이 우러러보는 수준이었다. 이 병원에서 일하는 인턴들 모두 그를 지도 교수로 삼고 싶었지만 그런 기회는 본인이 원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정승진이 동의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정승진 같은 인물이 이 병원에 온 이상, 병원장조차도 그를 극진히 대접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그에게 그 어떤 일도 강요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런 좋은 기회가 떡하니 조영민에게 차려진 것이었다. 그 순간, 그는 완전히 얼어버렸다.
원래 그들 뒷자리에서 식사를 하던 두 명의 인턴은 그 말을 듣자마자 실례를 무릅쓰고 몸을 돌려 손을 번쩍 들었다.
여자 인턴이 먼저 말했다.
“교수님! 저 남자친구 없습니다! 앞으로 3년은 남자친구 사귈 생각도 없습니다!”
남자 인턴도 질세라 말했다.
“교수님! 저를 데리고만 가주신다면 남자친구, 여자친구 둘 다 안 만납니다! 오직 의학 공부에만 전념하겠습니다!”
당황한 조영민은 저도 모르게 말했다.
“교수님, 저 할게요.”
정승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뭘 하겠다는 거죠?”
조영민이 다급히 대답했다.
“저를 지도해 주십시오. 제가 꼭 잘 따르겠습니다.”
정승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나랑 있으면 많이 힘들 거예요. 가장 바빴을 땐 일주일에 66시간 수술을 한 적도 있고 평균적으로도 매주 30시간 이상은 수술에 투입됩니다.”
이가인마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다들 정승진을 천재라 했지만 그가 지금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타고난 재능에 더해진 엄청난 노력 덕분이었다.
혜임 병원에서도 하루에 네 번의 수술을 하고 지쳐서 링거를 맞으며 겨우 걷고 나오던 그를 본 기억이 났다.
조영민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했다.
“저 힘든 거 안 무섭습니다. 오히려 쉬는 게 더 두렵습니다.”
정승진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
그 순간에도 정승진만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간호사님께서 저를 이렇게 신뢰해 주셔서 감사하네요. 혹시 수술실에 들어오고 싶으시면 제 모든 지식을 아낌없이 알려드리겠습니다.”
이가인은 그와 눈을 마주치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감사합니다, 교수님. 사실 전 앞으로 제 생활에 더 집중할 생각이라서요. 교수님께 폐 끼치지 않을게요.”
겉으로 보기엔 농담 같지만 그녀의 진짜 의도는 분명했다.
일부는 그녀가 이 말을 조영민을 위해 한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정작 그녀는 정승진을 향해 말했다는 것을.
정승진은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주말에 선을 보는 게 자기의 생활에 더 집중한다는 건가요?”
이가인은 부드럽지만 단호한 눈빛을 보였다.
“남자는 제 삶의 조미료일 뿐이에요. 그 사람이 내 생활에 어떤 비중을 차지할지는 그 사람의 행동에 달렸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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