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을 앞둔 이가인은 전민우에게서 카톡 메시지를 받았다.
[가인 씨 퇴근하면 데리러 갈게요. 지금 길이 좀 막혀서 아마 10분 정도 걸릴 것 같아요.]
[굳이 그럴 필요 없어요. 나 버스 타면 금방이에요.]
[나 거의 다 왔어요. 가인 씨 나보다 일찍 나왔으면 잠깐 기다려요.]
둘은 지금 친구 사이였지만 이가인은 관계가 더 발전하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다. 그녀는 다시 답장을 보냈다.
[병원 앞은 주차 못 해요. 가까운 주차장 알려줄게요.]
퇴근 시간이 되어 이가인은 외투를 입고 동료들과 함께 계단을 내려갔다. 모두 평소처럼 버스를 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병원 문을 나서자 이가인이 말했다.
“다들 먼저 가요. 난 이쪽으로 갈게요.”
그러자 한 동료가 날카롭게 물었다.
“수간호사님, 혹시 남자친구가 데리러 와요?”
이가인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먼저 갈게요.”
남자친구라는 걸 일부러 숨기려는 건 아니었지만 전민우와의 관계가 아직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히 신분을 밝히고 싶지는 않았다.
주차장에 도착한 이가인은 전민우와 무사히 만났다. 전민우는 그녀에게 갈색 봉투를 건넸다. 봉투에는 토끼 모양 로고가 그려져 있었는데 이가인이 좋아하는 맛집에서 사 온 것이었다.
이가인이 말했다.
“고마워요.”
전민우는 또 뒤에서 플라스틱 용기를 꺼냈다. 안에는 따끈한 소고기국밥이 담겨 있었다.
이가인은 깜짝 놀라며 환하게 웃었다.
“진짜 고마워요!”
그러자 전민우는 주머니에서 종이 포장지를 꺼냈다. 안에는 갓 튀긴 바삭한 돼지고기가 담겨 있었다.
이가인은 눈을 깜빡이며 몇 초간 말없이 그를 쳐다보았다가 말했다.
“설마 여기서 감자탕까지 꺼내는 건 아니죠?”
전민우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물었다.
“꺼내면 어쩔 건데요?”
이가인은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말했다.
“그럼 인정.”
전민우는 조수석 문을 열었다. 이가인은 긴장하며 안을 들여다봤다. 조수석 좌석 위에는 치킨 한 박스가 놓여 있었다.
주차장은 유료였다. 10초 뒤 그들은 출구에 도달했다. 그곳에서 앞에 검은 차를 발견했는데 처음에는 차 로고가 국산 브랜드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2억 원이 넘는 에쿠스였다.
이가인은 내색하지 않았지만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먹던 치킨도 갑자기 맛이 없어졌다.
정승진이었기 때문이다.
이가인이 불쾌했던 건 그저 정승진의 차를 봤기 때문이 아니라 아까 정승진이 운전하던 방식이 명백히 도발적이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차 안에서 한참을 기다렸지만 앞차는 움직이지 않았고 차단봉도 올라가지 않았다.
조금 더 시간이 흐르자 전민우의 차 뒤로 두 대의 차가 더 줄을 섰다. 모두가 앞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민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뭐 하는 거야?”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앞차 운전석의 문이 열렸다. 훤칠하고 단정한 실루엣이 차에서 내렸다.
정승진은 갈색 롱코트를 입고 뒤차를 향해 걸어왔다.
이가인은 창문 너머로 그를 보며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정승진은 이가인을 보지 않았다. 그리고 조수석 쪽으로 가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전민우 쪽으로 걸어가 손을 들어 창문을 두드렸다.
곧이어 전민우는 창문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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