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실은 고요했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있었는데 전민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있었다.
정승진은 서두르지 않았다. 전민우가 먼저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듯했다.
전민우는 전에 아부하는 태도와는 달리 경계의 눈빛으로 물었다.
“가인 씨 남자친구라고요?”
정승진은 들키기 쉬운 거짓말을 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했다.
“가인이 입장에서는 내가 전 남자친구일지 모르지만 내 입장에서는 가인이와 이별할 생각이 없어요. 그러니 가인이는 아직 내 여자친구입니다.”
전민우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이런 관점은 처음 들어보네요. 그럼 이렇게 이해해도 될까요? 가인 씨가 헤어지자고 했는데 그쪽이 동의하지 않은 거죠?”
“맞아요.”
전민우는 어이가 없었지만 꾹 참으며 천천히 말했다.
“그럼 당신이 여기 온 건 사업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 가인 씨 이야기를 하려는 거네요.”
정승진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여기로 온 이상 나는 당연히 사업 이야기를 하려고 온 거죠. 그쪽이 내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냈잖아요.”
전민우는 부자도 많이 봤고 사업가도 많이 접해봤다. 하지만 정승진에게서는 보편적인 부자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흔히 볼 수 있는 부유한 집안 출신의 젊은이들처럼 금은보화를 두르고 슈퍼카를 타고 다니지도 않았다.
정승진에게서는 명품 브랜드도 잘 보이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껴지는 고급스러움은 타고난 것 같았다.
거만한 태도가 없어서 오히려 사람을 더 긴장하게 만들었다.
전민우는 공손하게 물었다.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교수님? 아니면 정 대표님?”
“그냥 이름 불러요.”
전민우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승진 씨, 여기 우리 둘밖에 없으니 빙빙 돌리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바로 할게요.”
“그래요. 먼저 말씀해 보세요.”
“저는 승진 씨처럼 돈이 많지도 않고 하이 팰리스를 살 수 있는 형편도 아니에요. 가인 씨와 만난 지 오래된 것도 아니지만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정승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가인이는 좋은 사람이죠.”
전민우는 기분이 상했지만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우리 두 집안은 10년 넘게 이웃으로 지냈어요. 양쪽 부모님도 우리가 결혼을 전제로 진지하게 교제 중인 걸 알고 계세요.”
정승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친구 집에서 운영하는 호텔이에요. 5성급 호텔은 아니지만 방이 꽤 많습니다. 100개가 넘을 겁니다.”
“이 정도 규모면 대형 호텔인데요. 아마 전문 호텔 디자이너를 찾으실 겁니다. 주택을 인테리어하는 저희 같은 회사를 선택하지 않겠죠.”
정승진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민우 씨 회사에서 작업한 케이스들을 봤어요. 괜찮더군요. 친구에게 보여줬더니 그 친구도 좋아하더라고요. 그래서 민우 씨가 이 일을 맡을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라고 하더군요.”
정승진은 더 직설적으로 말을 이어갔다.
“민우 씨만 동의하면 호텔의 모든 객실을 민우 씨 회사에 맡기겠습니다.”
하이 팰리스에 이어 호텔 이야기까지 나오자 전민우는 자신이 무슨 새로운 사기에 걸려든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정승진은 전민우의 생각을 읽은 듯 미소 지으며 말했다.
“민우 씨, 제가 의사를 본업으로 하고 사기를 부업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
그는 말을 하며 투명 서류봉투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놓았다.
전민우는 서류봉투를 흘낏 보았다. 맨 위에는 ‘부동산 매매 계약서’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정승진은 말했다.
“사실 민우 씨에게 부탁하고 싶은 집이 두 곳 있습니다. 하나는 하이 팰리스이고 다른 하나는 제가 새로 산 집인데요. 주소는 관구로 116번지, 해피 가든이라는 곳이에요. 오래된 집이죠.”
전민우는 계약서에 적힌 세부 정보를 확인했다. 심지어 상세히 적힌 주소와 건물 번호 ‘3동 101호’라는 문구까지 보자 그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곳은 방금 그의 할머니가 비워준 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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